[378] 20151214(#산티아고 18일 345.5km) 정말 사소한 기쁨 (art

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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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4/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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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산티아고 18일 345.5km) 정말 사소한 기쁨

● 20151214(#산티아고 18일 345.5km) 레디호스 - 엘 부르고 라네로 : 정말 사소한 기쁨

밤새 뒤척이는데 비바람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 드디어 오늘 우중 보행이구나! 직감 합니다.
새벽에 출발하기는 불가능해 느즉막히 준비해 나서니 그래도 여덟시, 아직 어둑하지만 비는 그쳤고 하늘은 그닥 무겁지 않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중간에 멈출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합니다.
다행히 오전에 잠시 비가 뿌려 우의를 입어야 했을뿐 종일 구름과 함께 안개 속보다 나은 걷기였네요.
내 발의 상황이 한 시간에 한번은 신발과 양말을 벗어주어야 하는데 비가 오면 난감해진답니다.

한참을 씩씩하게 걷다가도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러면 만사가 귀찮아지고 짜증이 일어나지요.
그럴 때 마을을 만나 동네 바(Bar)에 들어가 1유로 하는 까페(커피) 한잔을 시킵니다.
솔로(블랙)로요.
물론 화장실도 가고 와이파이도 쓰구요.
그렇게 진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넘기고 나면 입 안 가득 커피향이 맴돌고 지치고 가라앉고 있던 몸에 활력이 가득해집니다.
진짜 사소한 삶의 기쁨입니다.
비 오는 흐린 날의 커피는 더 그러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길 위에서 걸음과 만나고 길과 만나며 오다보니 오늘도 해가 지고서야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어제 빨래도 했겠다 비만 피할 데가 있으면 노숙도 문제없으니 혹시 문을 연 알베르게가 있는지 마을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다행히 도네이션(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자발적인 기부)으로 운영하는 시립 알베르게가 있고 스페인 형제 둘이 미리 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물론 거실의 벽난로 말구는 난방이 안되고 샤워실도 거의 개방되어 있는 수준이지만 밖에서 노숙을 해본 나로서는 고맙고 고마울 뿐입니다.
참고로 유럽 사람들은 내외를 잘하지 않고 남녀가 샤워실에서 헐벗은 채로 부딪히는거나 남녀 공용 침실에서 속옷까지 갈아입는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답니다.
유럽의 호스텔을 사용하면서부터 알게 된 사실이지요.
나만 눈 둘 데가 없지 상대는 아무렇지도.

알베르게를 확인하고는 바로 슈퍼마켓으로 가 무엇이 있는지 둘러보고 눈에 보이는 대로 쌀과 양파, 마늘, 햄과 새우를 골라 옵니다.
물론 내일 비상식량인 계란과 감자도 사구요.
혼자 다니기 시작하면서 며칠 먹지 못하고 걸었더니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나만을 위한 밥상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봐요.
밥도 많이 하고 재료도 많이 사구요.
역시 배고플 때 장을 보면 안됩니다.

어디나 그렇지만 여기 까미노에서도 한번 해 먹어 보면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가 잘 안됩니다.
일단 6유로 정도의 장을 보면 저녁과 아침과 점심 도시락까지도 준비가 되는데 값싼 순례자 메뉴도 10유로, 커피와 빵과 잼인 아침이 3유로, 점심을 사먹으면 샌드위치와 음료도 5유로는 하니 주방 형편만 되면 장을 봐서 밥을 해먹는 것이 낫습니다.
특히 밥순이 밥돌이들은 더 그렇지요.
여튼 오늘 냄비밥도 성공, 햄 새우 야채 볶음도 기가 막혔습니다.
혼자 먹기 아까웠다는요.

오늘은 커피 이야기에서 먹는 이야기로 마치네요.
종일 구름 머금은 하늘과 함께 동행한 하루였습니다.
삶 가운데 있는 사소한 기쁨으로 행복을 만끽하기를요!
그것이 길의 진리입니다.

"너희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이사야 40:1)

주여, 내 백성을 위로하게 하소서. 내가 내 백성을 찾게 하시고 위로받고 위로하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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