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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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3/15(화)
IMG_7833.JPG (124KB, DN:42)
20151202(#산티아고 6일 661.8km) 아름다운 별  


● 20151202(#산티아고 6일 661.8km) 오바노스 - 에스텔라 : 아름다운 별

사랑이 이끄는 마을 오바노스에서 단잠을 잤습니다.
아니 오랜만에 늦잠이 들어 7시에 깜짝 놀라 후다닥 일어나 어제 수확하지 못해 말라가는 옥수수대에서 얻은 옥수수를 삶아 손에 들고 먹으면서 길을 시작합니다.
오바노스에 들어서면서 황홀한 일몰을 보았는데 아침에 또 멋진 일출을 맞이합니다.
구름이 있으니 일출이 더 아름답습니다.
구름이 있어 인생도 빛나는 것이겠지요?
구름이 없는 인생은 재미가 없을 거예요.
슬픔과 아픔과 시비와 원망이 다 그러하겠지요.

아침에 오바노스에서 출발한 덕에 멋진 왕비의 다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어제 일정도로 뿌앤떼 라 라이나('왕비의 다리'라는 뜻)까지 와서 잠을 잤으면 해뜨기 전에 길을 나서 어두워 왕비의 다리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이런 것도 길을 가면서 얻는 요령입니다.
오늘은 까미노를 걷는 내내 아름다운 포도밭과 밀밭 산책길이었습니다.
가야할 목적지 에스텔라를 연상케 하는 길이었지요.
에스텔라는 까미노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인데 그 이름 뜻이 ‘아름다운 별’이랍니다.
별이지요.
콤포스텔라는 ‘별들의 들판’이라는 뜻으로 까미노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그런 의미랍니다.
별 가득한 길입니다.
또 천 년 전 별이 밝게 빛나는 곳 아래를 파보았더니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었다고도 전해집니다.
그렇게 옛 순례자들이 별들을 따라 길을 가늠했겠지만 사실은 누구나 별이지요.
그렇지요.
우리는 모두 별입니다.
별인데 별인줄 모르고 별처럼 살지 못하니 지옥입니다.
별은 우리의 길, 까미노입니다.

오늘 걷는 내내 만나는 예쁜 까미노의 마을 마을들이 다 매력적입니다.
날씨도 점점 화창해져 겨울 같지 않고 걷기에 딱 좋습니다.
한 마을에 멈추어 약국에서 발의 습기를 제거하는 베이비 파우더 같은 것을 사고 물집치료용 밴드도 구입했습니다.
발의 물집과 상처가 너무 커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든든하네요.
이제 쉬는 시간이면 신발을 벗고 발도 주물러 줍니다.
참 내 발에게 소홀 했었네요.
사랑을 받지 못한 내 몸입니다.
내 몸도 소중히 하지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발이 아니었으면 나는 여기도 오지 못했겠지요.
아프니 사랑합니다.
알아 달라구요.

이렇게 정말 그냥 얻어지는 것 하나 없습니다.
이젠 발톱님이 빠지려구 합니다.
주인, 아니 사용하는 사람을 잘못 만나 이리 고생이십니다.
집을 찾아 40일 걷다가 발이 새 옷을 입겠습니다.
새 발톱, 새 살, 새 피부, 마음이 새롭게 되어야 하는데요.
사랑하는 삶으로요.
그렇지요.
대가 없이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
그리고 대가를 지불하는 순간도 지금입니다.
지금 누리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즐기는 것뿐입니다.
까르페디엠!

끝까지 호흡 놓치지 않고 에스텔라에 도착해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하다 보니 내가 처자들을 위해 빛나는 음식 실력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길을 걷던 태진씨는 길 위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쪽지를 남겨 놓고 아침 일찍 길을 떠나 어디까지 갔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그 어렵다는 냄비 밥을 성공해서 버섯볶음과 시원한 누룽지 숭늉으로 대접해 드렸습니다.
이제 내일 아침은 남은 밥으로 다시 볶음밥을 하고 누룽지 눌려서 간식으로 준비해야겠서요.
발바닥에 대규모 바느질 공사를 하고 밴드를 붙여놓고 굿나잇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혼자 내버려 두어 내 백성의 죽음을 슬퍼하며 통곡하게 하고 나를 위로하려 들지 말아라. 환상의 골짜기에 전능하신 여호와께서 작정하신 공포와 짓밟힘과 혼란의 날이 왔구나. 예루살렘 성벽이 무너지고 죽음의 소리가 산골짜기에 메아리치고 있다."(이사야 22:4-5)

조국의 참담한 소식에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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