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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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3/11(금)
IMG_7720.JPG (106KB, DN:37)
20151129(#산티아고 3일 727.6km) : 짐  


● 20151129(#산티아고 3일 727.6km) 론셀바레스 - 쥐비리 : 짐을 벗으니 참 가볍다.

스페인 까미노의 출발지인 론셀바레스의 성당에서는 매일 저녁 순례자들을 위한 기도회가 열립니다.
순례자가 얼마 없는 겨울에도 여전히 순례자를 위한 미사를 열어주는데 일단 감동했습니다.
미사 때에도 알베르게에 도착한 그날 명단과 국적을 확인해 일일이 호명하며 축복할 준비를 해둘 정도로 정성을 다합니다.
물론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톨릭 의식이어서 익숙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는 참 따뜻했답니다.
우리를 나오라고 해서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라고 기도해주는데 짜릿했습니다.
그네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지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묻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산티아고로 가는 까미노’에 오느냐구요.
산티아고는 가톨릭 성지 순례길이니 그네들로서는 종교적인 이유 외에 이 힘든 순례길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의아스러운 겁니다.
특히 겨울 순례길은 더 그렇지요.
또 이날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론셀바레스로 온 순례자 6명 중에 4명이 한국 사람들이니 궁금한 것이 당연합니다.
게다가 우리 중에 가톨릭 신자가 한명도 없었으니까요.

왜 산티아고로 한국 사람들이 오는 걸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이 갈급하게 찾고 있는 무엇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것을 한국에서 찾지 못하고 한국이 채워주지 못하니 이렇게 나와서 길을 걷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산티아고로 가는 까미노는 아름다운 길이지만 800km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떤 순례자는 산티아고로 가는 까미노를 "먼지와 진흙과 태양과 비"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찾고자 하는 그 무엇, 그래서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알다시피 한국 사람들은 가톨릭의 종교적인 이유로 까미노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Stop and return to myself(잠시 멈추고 자기를 돌아보는)가 아닐까? 또 다른 Spiritual Journey(영적인 여정)지. 그리고 인생을 다시 시작하면서 찾고자 하는 것,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중요한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 오고 있는 것 같다."라구요.
실제로 이번에 같이 길을 가는 20대 둘은 학교를 휴학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찾고 있고 40대 둘은 지금까지 살아온 관성에서 나를 돌아보고 물러나 새로운 전진을 위해 와 있구요.
그래서 길 한 가운데서 삶의 길을 묻습니다.

오늘은 론셀바레스에서 쥐비리까지 21km를 걸었습니다.
모두들 첫날 피레네를 넘는 28km의 여독이 만만치 않았답니다.
오늘 길은 피레네 자락의 여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었고 동화 속 같은 마을 마을들이 순례자들을 반겨주었습니다.
200년이 넘는 집들이라니요!
그리고 숲은 마치 한국의 숲길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친숙했습니다.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기억하고 마주하는 순간이 참 좋습니다.
지금 여기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순간이 은총이지요.

그런데 점점 어께를 누르는 짐의 무게의 압박이 찾아옵니다.
40일을 걸을 사람들에게는 10kg미만의 짐이 적절하다했는데 내 짐은 20kg은 족히 될듯합니다.
내가 무슨 욕심이 많아 이리 지고 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운 풍광에 젖고 걷는 기쁨도 잠시 어깨의 통증이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 때 짐을 내려두고 잠시 쉬며 주위를 돌아보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곧 가벼워집니다.
잠시라도 벗으면 됩니다.
안 벗으니 견딜 수 없는 무게에 시달려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는 거지요.

힘들면 짐을 벗고 잠시 쉬면되는 것을요.
그리고 나면 그 짐도 조금은 가벼워져 견딜 힘이 생깁니다.
어차피 산티아고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짐입니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것이 삶의 짐입니다.
그 짐의 무게는 사람들마다 견딜 분량이 다를 터이지만 힘들면 잠시 벗어두었다가 다시 질 수 있습니다.

아!

“여호와께서 자기 백성의 지도자들을 이렇게 심판하신다. 너희는 내 포도원을 못 쓰게 만들었고 너희 집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물건이 가득하다. 어째서 너희가 내 백성을 짓밟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느냐? 악을 선하다 하고 선을 악하다 하며, 어둠을 빛으로 바꾸고 빛을 어둠으로 바꾸며, 쓴 것을 달게 하고 단 것을 쓰게 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을 것이다.”(이사야 3:14-15, 5:20)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 심판을 받기 쉬운 자리이지요. 그런데 백성을 짓밟고 가난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다니요! 악을 선하다 하고 선을 악하다고 하는 정권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거짓된 판의 결국입니다. : 옳은 것은 옳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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