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3/9(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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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7(#산티아고 1일 774.3km) : 시작!  
“까미노 데 산티아고” 길의 끝은 바다, 나의 끝은 기쁨과 감사 -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땅끝 묵시아까지 900Km, 40일 수행기, 프랑스 ‘떼제 공동체’와 ‘플럼 빌리지’ 이야기를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 20151127(#산티아고 1일 774.3km) 플럼 빌리지 - 생장피에드포르 : 시작!



시작은 時作, 때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지요.
나의 때를 만드는 것이 시작입니다.
플럼 빌리지에서 나오는 기차 시간과 보르도에서 생장피에드포르로 오는 기차 시간이 맞지 않아 멀지 않은 거리가 10시간의 여정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생포이라그란데(Ste Foy La Grande)역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리며 와이파이가 되는 까페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앞에 두고 행복합니다.
안개 자욱히 내린 남프랑스 벌판의 절경이 명상으로 씻긴 가슴만큼 고요했답니다.
플럼 빌리지의 와이파이에는 페이스북 접속이 막혀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페이스북은 시간을 너무 빼앗아 나에게로 오는 수련에 가장 큰 적이라고 금지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물론 동의하지만 그래도 난 호흡을 알아차리며 페이스북을 조심스레 하기로 합니다.
마인드풀(Mindful) 페이스북입니다.
이렇게 에스프레소 한잔과 페이스북 서핑이 풀만 먹고 차만 마시며 명상에 잠겨 있던 플럼 빌리지에서 나온 것을 실감나게 했지요.

역시나 생장피에드포르에 도착하니 날이 깜깜합니다.
시골이라 역에 직원도 없구요.
순례자 사무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난감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차에서 내린 배낭을 맨 총각 하나가 옆에 어슬렁거립니다.
그래서 “Where are you from?(어느 나라 사람이예요?)”이라고 했더니 “South Korea(대한민국)”랍니다.
역시 겨울 산티아고는 한국 사람들뿐이라고 하더니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반가웠지요.
그리고 함께 물어물어 깜깜한 시골 길을 더듬어 사무실을 찾아가는데 밤공기가 너무 상큼하고 마을이 너무 예쁜 겁니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생장피에드포르 참 예쁜 프랑스 마을이었더랬어요.
그리고 순례자 사무실에서 등록을 하는데 오늘 도착한 명단에 한국 사람이 또 있습니다.
등록하고 까미노(스페인어로 길이란 뜻)의 상징인 가리비와 크레덴샬(순례자 여권)을 받아 순례자 숙소인 알베르게로 가니 간절히 한국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만납니다.
일단 이 한 겨울에 한국 사람 셋이 까미노를 걷겠습니다.

숙소에 몇 명이 더 있는데 아침이 되어 보아야 출발 상황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숙소는 역시나 남녀 혼성 도미토리, 샤워실과 화장실도 남녀 혼성, 샤워실에서 헐벗은채 젖은 머리로 나오는 여자 분과 마주치고는 기겁, 하루 만에 아니 몇 시간 만에 천지가 개벽했어요.
플럼 빌리지에서 스님들과 명상하고 밥 먹고 잠자고 하다가 말입니다.
걷는 속도만 맞는다면 우리 함께 한 달을 지내겠네요.
아, 석달을 걸어 왔다는 에스파냐 여자 분이 코를 골기 시작합니다.
어쩌지요?
이제 내일부터 길을 걷다보면 내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또 들리겠지요.
다시 호흡으로 돌아갑니다.
내일 아침에는 느리게 눈을 뜨고 얼굴 마음 알아차리며 ‘하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일어나야지요.
그리고 이제 오늘 하루 동안 서비스(예배) 한 것은 무엇이고 배우고 누린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며 호흡과 함께 잠을 청합니다.

"산이 높다는 걸 알기 위해 산에 올라가는 건 아닙니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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