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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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5/1/15(목)
20141228 크뢸러 뮐러 네덜란드 숲속의 미술관  


“낫고 싶으냐?” “내가 가는 동안에 남들이 나보다 먼저 들어갑니다....” “일어나서 네 자리를 걷어가지고 걸어 가거라.”(요4:7,8) - 핑계대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합니다.

반 고흐를 만나러 가는 걸음에 기대가 큽니다.
그 시절에 나에게 미술이나 음악같은 문화나 예술은 사치였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미술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선배의 홈페이지에서 고흐의 그림들을 보고 고흐의 묘한 매력에 빠져 들었더랬습니다.
그리고는 고흐의 전기와 편지를 읽으며 그 세계를 몰래 몰래 마주했습니다.
그 때까지는 문화나 예술, 내가 좋아하고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하면 안되는줄 알았습니다.
아니 그렇게 사는 삶에 대한 죄의식이 있었습니다.
내가 불편하지 않는 삶은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삶이라는 생각, 내가 손해보고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의 한계 안에 있었더랬습니다.
누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 여겼지요.
내가 살아낸 20대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그렇게 살도록 이끌어준 선배가 고흐의 그림을 보고 고흐의 책을 읽고 있으니 거기에 무엇인가 있을 거라는 기대와 그래도 될 거라는 안심이 있었나 봅니다.

그렇게 나에게 그림을 알게 하고 미술로 이끌어준 고흐의 삶 안에서 내가 살았던 삶의 고뇌와 열정을 또한 보았습니다.
그의 종교와 그림에 대한 집착에서 내가 살았던 삶의 열정과 아픔을 읽어 내렸고 현실의 척박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기 길을 완수했던 그의 치열함 안에 내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다를 뿐 아픈 시대를 억척스럽게 살아가던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다만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살았고, 그는 그의 방식으로 그림을 통해 영혼의 진실을 만나고 표현했고 승화시켰겠지요.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누군가 아름다움이란 ‘숭고’라고 표현했습니다.
선도 형도 색도 아름답다고 한다면 그것이 어떤 궁극적인 세계를 향한 길 안내이고 그것을 드러내고 표현할 때 감동하고 놀라는 것이겠지요.
고흐에게는 그런 힘이 있었습니다.

고흐의 그런 천재성과 그런 삶의 진실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오늘 나를 네덜란드의 산중으로 이끌었겠지요.
내가 고흐에게 감으로 나는 나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가고 그 아름다움을 향한 열정을 빌려서 내 삶의 아름다움을 더 빛내고 싶다고 내가 나를 이끌어온 오늘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낫고 싶으면서도 핑계를 대고 나는 할 수 없다 여기며 살아갑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걷게 해주겠다고 하지 않고 일어나서 걷고 싶으면 걸으라고 하지요.
고흐도 네가 살고 싶은 삶을 살라고 그 영혼의 열정으로 오늘 나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숙소인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도착한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270여점의 고흐 작품을 소장하고 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고흐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고흐의 에너지가 넘치고 있어 다른 작품들에 눈이 가지 않아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감에 눈을 떼지 못한 밤의 테라스 까페, 따뜻하고 아픈 시선이 머물러 있는 감자 먹는 사람들 앞에 무작정 앉아 시간 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이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네덜란드에서 제일 큰 국립공원인 호헤 벨뤼어 국립공원 한가운데 있습니다.
미술관 하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공간에 대중이 접하기 쉬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크뢸러 뮐러는 국립공원이 자리한 광활한 들판 안에 있어 국립공원 입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가로질러 들어갑니다.
물론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미술관 주차장까지 가기도 하지만 기차타고 버스타고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까지 가게 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여깁니다.
이미 그곳 국립공원 자체가 미술관이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겠지요.

겨울 유럽 여행을 준비하며 날씨를 염려했지만 우리가 크뢸러 뮐러를 찾은 날은 눈이 온 다음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바람도 불지 않았더랬습니다.
낙엽을 다 떨어뜨린 아름드리 나무들에 앉은 눈꽃과 흰눈이 가득한 끝없는 들판은 동화 속 세계, 선경에 들어온 듯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걸으며 멋진 이웃들과 웃고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는 우리들은 이미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의 전시 작품들이었습니다.
그 순간을 놓치면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사실은 의미를 잃는 것이지요.

미술관을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황혼 길에 펼쳐진 네덜란드 들판의 또 다른 향연, 전시 작품은 우리에게 탄성밖에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펼쳐진 노을보다 더 노을다운 색감, 청천에 솟은 반달님, 비행기 꼬리에서 나오는 수증기가 연출하는 쇼를 보느라 한동안 넋을 빼앗기다가 버스를 타고 나오며 맞이한 어스름녁의 저녁 안개가 깔리는 들판은 황홀함 자체였습니다.
아마 버스를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나왔으면 우리는 그 벌판에서 미아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그 안개가 우리를 궁극으로 이끌고 들어가 속세로 나오는 길을 잃어버리게 했을테니 말입니다.
버스를 타고 나온 것은 안내자 RPM님의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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