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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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3/5(목)
IMG_3464.JPG (179KB, DN:8)
20190621(#남미 53일) 바예스타스-파라카스 국립공원  


● 20190621(#남미 53일) 와카치나(Huacachina) - 파라카스(Paracas) - 와카치나(Huacachina) : 사막의 고요로 한걸음 한걸음...

오늘도 무슨 운이 좋아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납니다. 사막에서 일출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눈을 뜨니 축축한 안개가 가득합니다. 습도를 보니 80%가 가깝네요. 오랜만에 끈적끈적함을 만납니다. 이제 뽀송뽀송한 날은 지나가나 봅니다. 오늘은 파라카스 투어를 신청해 일찍 길을 나서야 하지만 내일은 안개 없는 아침이 되어 사막의 일출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식 시간이 되기도 전에 서둘러 주인을 재촉해 준비를 마쳤는데 버스는 역시나 30분 늦게 옵니다. 그래도 와준 것이 어디냐 감사하며 차에 올랐지요. 사실 오늘은 하루가 비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투어로 시작했는데 보통이 아닙니다. 정말 운이 좋습니다. 작은 갈라파고스 섬이라고 소개를 받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또 다른 남미의 사막 환경과 풍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파라카스'라고 페루의 국립공원 정도 되는 지역입니다. 바예스타스(Ballestas)라는 섬 투어 후 남미의 아타카마 사막이 시작되는 해안을 만났지요. 수천 킬로 미터 이상 민물이 없고 땅도 소금과 미네랄로 가득한 사막 지역인데 종일 지루하지 않게 걷고 투어를 했습니다.

이카를 벗어나니 가도 가도 황무지 벌판인데 또 거짓말처럼 숙소가 가득한 관광지 해안이 나타납니다. 바예스타스섬, 작은 갈라파고스라고 할 만합니다. 섬 전체가 새들로 가득하네요. 이렇게 많은 새 무리는 처음입니다. 바다를 메운 새들, 바다를 내려다보니 그만큼 물고기가 가득 보입니다. 물보다 고기떼가 더 많은 듯... 자원의 보고네요. 배로 한참을 가는데 나스카의 문양과 같은 것이 언덕에 그려져 있습니다. 불가사이죠. 잉카 이전 문화가 시작된 곳이고 이곳의 원주민들은 검소하게 살면서도 먹을 것을 제공해주는 자연을 극도로 존중하며 살았다는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나스카의 문양을 보지 못했지만 여기서 작은 나스카도 보게 되니 반가운 마음입니다.

섬 투어를 마치고 버스는 바예스타스에서 사람들을 더 태우고 파라카스 국립공원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은 칠레에서 보았던 아타카마 사막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합니다. 땅 자체에 염분과 미네날이 가득하고 민물이 없어 생물이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다만 물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막 여우만 살고 있다지요. 파라카스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신비스러운 빛깔의 땅과 바다를 마주합니다. 푸른빛 가득한 사막바다입니다. 이렇게 와카치나에서 이틀 숙박을 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와카치나에서 파라카스 국립공원 투어, 시간만 있으면 강추입니다.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일정이네요. 비용도 60솔로 저렴하고 파라카스 공원 내의 부둣가 해안에서 저렴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해산물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파라카스는 원주민 말로 샌드 스톰, 그러니까 모래 폭풍 정도 되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바람이 많이 불고 혹독한 환경이라는 뜻이지요. 그래도 입구에 페루 홍학이 살고 있고 비지터 센터에는 외계인 유골이라고 하는 특이한 해골이 전시되어 있는 박물관도 있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나스카 문양을 만든 외계인일 것이라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새로 가득한 바예스타스 섬을 보고 푸른빛 가득한 파라카스 공원을 돌아보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하루를 선물로 받습니다. 이렇게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두드리면 열립니다.

투어는 와카치나 사막에서 시작되는데 막상 와카치나에서는 버스에 몇 명이 타지 않고 이카로 나가면서 계속 여행자들을 태웁니다. 투어 안내를 받을 때 와이너리 투어도 있었는데 이카가 페루에 중요한 포도주 생산지이기도 한 모양입니다. 바다로 가는 길에 싱싱한 포도밭이 가득 보였답니다. 와카치나에서부터 가득한 안개가 섬 투어할 때까지 자욱하다가 파라카스 사막 투어를 하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미네랄 가득한 노랗고 붉은 대지와 푸른빛 가득한 바다가 어울려 신비스러운 땅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졌습니다. 척박하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땅, 페루의 사막 바다와 함께한 하루입니다.

투어를 마치고 와카치나 사막으로 돌아오니 다행히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버기 투어를 하면서 만난 사막의 석양은 구름이 가득해 화려했는데 오늘은 구름 한점 없는 석양을 마주하네요. 숙소로 돌아와 한 숨을 돌리고 바로 사막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여전히 사막은 버기 투어로 혼잡하지만 나는 홀로 걸을 수 있는 만큼 모래언덕을 넘고 넘어 사막으로 걸어 들어가 일몰을 마주합니다. 석양이 비끼는 언덕에 앉아 눈을 감으니 바람이 느껴지고 고요와 고독이 엄습하네요. 한참을 명상과 기도 안에 들어가 사막의 평화를 맛봅니다. 제로 베이스, 텅빈 고요와 자유입니다.  

어느 분이 나의 여정이 부럽기만 하지만 사실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닐 거라는 말씀을 하며 힘내라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정곡을 찌르셨지요. 보이는 게 다가 아니지요. 빙산의 일각, 아름다운 빙산은 수면 아래 더 거대한 터가 있습니다. 보여 지기까지 지나가야하고 버텨내야하고 기다려야하는 그 모든 과정이 여행자가 감당해야할 몫입니다. 소모되는 일상과 딸리는 에너지까지 감래하고 즐길 수 있을 때 여행자가 됩니다. 나는 지구별의 주인장이 아니라 여행자입니다. 매일 매일 어린아이가 소풍을 기다리듯이 설레며 맞이하는 순간이지요. 요구할 수 없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내가 한 것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 보아도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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