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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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3/1(일)
20190620_150253.jpg (199KB, DN:9)
20190620(#남미 52일) 와카치나 사막  


● 20190620(#남미 52일) 야간버스 – 이카(Ica) - 와카치나(Huacachina) : 사막에서 맞이하고 보내는 또 하루!

여행 중에 어디가 가장 인상에 남느냐는 물음이 제일 어렵습니다. 늘 새롭고 늘 지금이니요. 5일을 머문 쿠스코, 그동안 일정 중에 가장 오래 머문 도시인 듯합니다. 그래서 떠나는 마음이 애틋하고 아쉽습니다. 인상도 강렬했구요. 우역곡절이 많았지만 처음 보듯이 다시는 못 볼 듯이 꽉차게 마무리해서 좋습니다.

야간버스가 힘들어 쿠스코에서 이카 가는 버스는 180도로 뉘어지는 까마(침대) 좌석을 큰 맘 먹고 140솔로 미리 예약했었습니다. 오후 5시 버스였지요. 그런데 무지개산을 다녀오고 싶어 예약을 변경해서 8시 일정에 160도 뉘여지는 세미 까마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면 40솔의 차액이 나오는데 막상 터미널에 오니 딴말입니다. 차액을 못 주겠답니다. 변명하며 이유를 대는데 그 거짓말의 속이 다 들여다보이지요. 웃으면서 20솔이라도 달라고 네고해 보았지만 막무가내입니다. 여기서도 내가 을이 되네요. 당했습니다. 또 막상 8시 버스를 탔는데 그동안 버스에서 있던 식사와 음료 서비스도 없고 13시간이 지난 아침 9시에 나스카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아침 먹는다고 멈추네요. 나스카는 페루에 있는 또 다른 명소, 10대 불가사이 중에 하나라는 그림이 들판에 그려져 있는 땅이지요. 비행기 투어를 해야 보이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나는 패스했습니다.

여기까지도 그런가보다 합니다. 어차피 버스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니까요. 식당에서 뭘 먹을까 하다가 쥬스 한 병과 머핀을 선택하고 10솔이 되는 동전을 내미는데 고개를 젖습니다. 그래서 20솔을 냈더니 10솔을 거슬러주네요. 이상하지요. 10솔이면 동전을 받으면 될텐데요. 게다가 내 손에 있는 동전도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헐. 그래서 무조건 20솔을 돌려달라고 하고 머핀과 쥬스가 얼마냐고 따지니 그제야 당황한 눈치로 4솔이랍니다. 더 따지려다가 동전으로 4솔을 주고 나왔습니다. 쿠스코와 오얀타이탐보에서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믿고 돈을 주고받는데 몇 푼 안되는 돈을 빼돌리는요. 50일 넘게 여행하면서 페루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입니다. 페루는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안타깝지만 신용이 없습니다.

여행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유럽 사람들이 페루에 대해 안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의아했는데 막상 내가 경험합니다. 페루보다 볼리비아가 때가 덜 묻고 나이스하다는 그네들의 이야기가 이제 이해가 갑니다. 잉카의 유적지가 많고 풍부한 자원이 있는데 이런 식으로 하면 미래가 없지요. 그냥 속아 넘어가 주는데 다 압니다. 쿠스코 버스 터미널부터 나스카의 이름 없는 레스토랑까지 안타깝습니다. 일단 남미 여행에서 버스를 선택하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가 선택을 잘못했습니다. 무조건 비싸도 메이저 회사를 선택해야 합니다. 서비스도 안정성도요. 이렇게 아레키파와 쿠스코의 좋았던 페루의 인상이 무너지고 있는데 페루에서 보내야할 남은 열흘,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불안해서 계속 오프라인 지도 앱인 맵스미(maps.me)를 열고 있습니다. 나스카에서 2시간쯤 달려 이카에 도착했는데 버스가 터미널로 가지 않고 길가에 정차한 후 이카에서 내릴 사람을 부릅니다. 헐, 허겁지겁 내려서 짐을 찾으니 거리에 사람을 두고 버스는 가버립니다. 마침 눈치 있는 삼륜차가 택시라고 하면서 나를 부릅니다. 오토바이를 개조해서 사람을 태우는 운송수단입니다. 미리 숙소에 버스 터미널에서 와카치나까지 택시비가 얼마냐고 물어두어서(10솔) 비용을 물으니 6솔이라고 해 바로 타고 옵니다. 덕분에 버스 터미널에서 모레 리마 가는 버스표를 구해야 하는데 깜빡했네요. 그래도 오토바이 택시가 고마워 주머니에 있는 잔돈을 다 주었습니다.

이카 근처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와타카나에 도착했습니다. 기대대로 마을이 신비스럽고 예쁘네요. 그간 사막이라도 고지대의 바위투성이의 황야를 마주하다 해발 1000미터도 되지 않는 저지대에 모래로 된 사막을 만나니 느낌이 새롭습니다. 이곳은 버기 투어라고 사륜구동 오프로드 차로 모래 언덕을 질주하는 투어와 샌드 보딩, 그러니까 모래 썰매 체험으로 유명합니다. 페루를 거쳐 가는 여행자들의 참새 방아간이죠. 보통은 하루 투어로 지나가기도 하는데 나는 왜 그랬는지 이틀이나 숙박을 잡았습니다. 숙박비도 다른 곳보다 비싸 2배나 되는데요. 하루만 묵고 리마로 빠질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사막이 나를 부른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과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틀 결재를 했습니다.

무지개 산부터 씻지 못하고 와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샤워부터 하고 투어 일정을 세우는데 오늘 하루가 피곤해 내일부터 투어를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이 좋고 내일 어찌될지 모르고 내일 쉬더라고 오후 4시부터 있는 '버기투어+선셋투어'를 선택합니다. 이번에는 숙소에서 알아주는 비용이 가장 저렴하네요. 30솔로 2시간 투어를 예약하고 작은 오아시스를 한 바퀴 돌면서 사막 안에서 망중한을 맛봅니다. 좋습니다. 사막...

마을을 둘러 보면서 몇 가지 정보를 얻는데 버기 투어 외에 패러글라이딩, 무슨 계곡 투어, 섬 투어, 국립공원 투어 등이 있습니다. 비용도 천차만별이구요. 숙소에 와 물어보니 하루 바예스타스 섬 투어가 60솔입니다. 오아시스에서 호객하는 아저씨는 120솔이라고 했는데요. 정확히는 가보아야 알겠지만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섬과 같은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번 일정에서 에콰도르와 콜림비아와 멕시코가 빠졌는데 그중에 아쉬움이 갈라파고스 섬이었지요. 그런데 작은 갈라파고스 라고 하니 마음이 동합니다. 내일 하루는 쉬고 싶었는데 또 새벽 5시부터 섬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팔자가 참 드세네요.

그리고 시간이 되어 버기 투어를 나섭니다. 이미 오아시스를 한바퀴 돌면서 위치를 파악해 두었는데 대략 감이 맞습니다. 운전자까지 11인승 버기 차가 출발해 모래 언덕을 가로지르는데 시작부터 비명입니다. 완전 롤러 코스트입니다. 어른 아이 남녀할 것 없이 난리입니다. 오프로드 투어의 맛을 만끽하네요. 직접 사륜 산악차를 운전하는 투어도 있는데 입맛에 당기는 딱 내 스타일입니다. 베스트 드라이버... 그렇게 한참 사막을 종횡무진하고 모래 언덕에 올라 샌드 보딩을 합니다. 나는 보드를 타지 못해 그냥 배로 깔고 타는데 완전 모래투성이 되어버립니다. 그래도 재미있네요. 우리 차량에 꼬마 둘이 있어서 비명에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모래 언덕에 줄지어 서서 석양을 바라보는데 환상입니다. 고요합니다. 내일은 섬 투어를 마치고 와서 혼자 모래 산에 올라 더 고요히 일모를 맞고 싶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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