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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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2/26(수)
20190619_131553.jpg (280KB, DN:10)
20190619(#남미 51일) 비니쿤카, 무지개산  


● 20190619(#남미 51일) 쿠스코(Cusco) - 무지개산 - 야간버스 : 해발 5100미터의 성스러운 언덕

쿠스코에서 마지막 날 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새벽 3시50분 알람에 깨어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어떤 하루일까 기대하다 깜짝 놀랍니다. 무지개산 투어가 4시에서 4시30분에 픽업하기로 되어 있다는 생각이 난 거지요. 세수도 못하고 허둥지둥 짐을 챙겨 나왔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벌레에 물렸는지 온몸이 간지럽습니다. 그래도 준비를 마쳤는데 아직 픽업차량이 오지 않아 숨을 돌립니다. 하지만 4시30분이 지나고 5시가 지났는데 감감 무소식이네요. 저녁 버스 시간 전에 쿠스코로 돌아와야 하는데 염려도 찾아오지요. 기다리다 지쳐가는 5시30분이 다되어 사색이 된 가이드가 뛰어와 벨을 누릅니다. 미안하다고 사정을 하는데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도 몇 명을 더 픽업해 21인승 차량을 꽉 채워 쿠스코를 출발합니다. 버스 안에서 한기를 녹이며 자다 깨다 하는 사이 7시30분쯤 마을에 도착해 아침을 먹고 다시 1시간 비포장도로를 거슬러 해발 4400미터까지 올라가네요. 그리고 거기부터는 1시간 반 동안 걸어서 해발 5100미터까지 올라가 무지개산을 마주하게 됩니다. 걷기 힘든 이들을 위해 원주민들이 마부가 되어 말들이 기다리고 있네요. 나도 잠시 주저합니다. 왕복 80솔이면 3만원 정도인데 승마하는 셈 치고 한번 타볼까 하는 유혹입니다. 어디 가서 그 비용으로 2시간 말을 못타잖아요? 그런데 줄이 길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씩씩하게 걸어 올라갑니다.

고산증 약인 소로치필도 먹고 코카차도 마시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이거 보통이 아니네요. 짐까지 지고 있기도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을 사랑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가니 까마득하기만 하던 꼭대기에 어느새 와 있습니다. 신비입니다. 무지개산에 햇살이 펼쳐지면 색이 더 선명할텐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뭉게구름이 햇살을 가리네요. 원주민 말로는 '비니쿤카'라고 하는데 Sacred pass, 즉 '성스러운 고개'라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이 신비스러운 산은 가이드 말로는 4년 전까지만 해도 눈 속에 덮혀 있었다고 하네요. 기온이 상승하면서 빙하가 녹고 눈이 녹아 드러나게 된 곳이랍니다.

일행이 다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들이라 가이드가 나만 따로 세워 놓고 개인강습을 해주니 이 문제의 좋은 점입니다. 그런데 색깔을 물어봅니다. 무슨 색이 보이냐구요. 헐, 나 색맹인데... 말은 못하고 대략 때려잡아 빨강, 노랑, 녹색... 이러고 있으니 알아서 설명을 이어갑니다. 산의 색이 다른 것은 흙에 섞인 미네날 때문이랍니다. 철 성분은 빨강, 구리는 녹색, 뭐는 노랑? 뭐는 분홍... 그렇군요. 해발 5100미터에 있는 노천 광산입니다. 쉽게 말해서요. 그런데 색맹인 내 눈에도 참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색을 구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저 앞에 해발 6000미터가 넘는 빙하를 둘러쓴 산도 손에 잡힐 듯하고 힘겹게 올라온 비니쿤카에서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너무 춥습니다. 가이드는 해발 5100미터에서 장비도 없이 30분 이상 머물면 뇌에 손상이 간다고 내려가길 재촉하구요. 앞일은 모르지만 쿠스코 마지막 날 무지개산을 선택한 것은 참 잘했습니다. 여기서 쿠스코의 정점을 찍고 이제 야간버스로 이카, 와카치나 사막에 곧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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