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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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2/20(목)
IMG_3301.JPG (339KB, DN:9)
20190617(#남미 49일) 마추픽추, 꿈을 이룬 사람들  


● 20190617(#남미 49일) 마추픽추(Machu Picchu) : 꿈을 이룬 사람들의 땅, 그리고 거기에 가득한 사람들의 물결!

새벽 3시50분에 맞추어 놓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뜨고 일어납니다. 여기가 어디지? 이제 짐을 챙겨 마추픽추 가는 기차를 탑니다. 오늘도 긴 하루, 처음 가는 길을 잘 찾아가고 맞이하겠지요?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염려하지 않고 이 순간에 찾아오는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고 맞이합니다. 언제 어디서나이지요. 오얀타이탐보에서도 마추픽추 가는 기차 값이 어마무시합니다. 그래서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는 엄두를 못내지요. 기차에서 커피와 스낵이 무료라고 들었는데 돈을 내고 사먹는 거네요. 그래서 패스하고 자다 깨다 어느새 날이 밝아옵니다. 창밖 풍광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동안 고지대에 오래 있어서인지 밀림에 가까운 풍경과 계곡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멋집니다. 설레네요.

6시 30분 드디어 마추픽추, 7시에 와이나픽추를 예약해 놓아 마음이 급합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추픽추 올라가는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줄이 어마어마합니다. 마추픽추는 건기인 겨울이 성수기라고 합니다. 여름에는 비가 많다고 하지요. 버스표를 보여주고 7시 와이나픽추 예약표를 보여주니 승무원이 맨 앞줄에 세워주네요. 기차를 타고 온 사람 중에 제일 먼저 버스를 탄 것 같습니다. 마추픽추 아래 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도 멋진 마을입니다. 기운이 끌립니다. 여기서 하루를 묵어도 좋을뻔 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입구까지 올라가는데 걸어올라 오는 여행객들도 눈에 뜨입니다. 나로서는 부럽지요. 마추픽추도 마추픽추지만 이런 산길을 걸어서 느끼는 것도 참 행복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시간도 여유 있는데 내려올 때는 버스표를 취소하고 걸어 내려와 볼까 하는 생각도 찾아옵니다. 예상대로 마추픽추는 관리가 잘되어 있습니다. 마추픽추를 내려다보는 와이나픽추는 하루 200명 인원제한이 있고 7시에서 8시, 10시에서 11시 2번 입장이 가능합니다. 난 생각 없이 7시에 예약했다가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했는데 7시가 정답 같습니다. 해가 뜨니 너무 더워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가까운 와이나픽추에 오르는 게 많이 힘들겠습니다.

마추픽추를 뒤로 하고 서둘러 먼저 와이나픽추를 오릅니다. 길은 험하지만 잉카 트레일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 길 역시 천년이 넘은 길이네요. 이런 산꼭대기에도 계단식 조형을 하고 집을 지어 놓다니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곳곳의 전망이 신선계 같습니다. 해가 뜰 무렵과 해질 무렵이 어디든 빛이 좋아 아름답듯이 와이나픽추의 아침도 좋습니다. 아직 발 딛지 못했지만 내려다보이는 마추픽추가 신비스럽고 안개에 갇혔다 열렸다하는 아침이 신비하기만 합니다.

마추픽추를 보고 실망했다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대했을까 궁금합니다. 그리스와 로마의 신전을 상상했을까요, 아니면 뉴욕이나 파리와 같은 도시를 기대했을까요? 이 산꼭대기에 이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시와 신전을 상상한 사람들의 능력과 안목에 반합니다. 물론 잉카인들의 지배구조와 그 아래 신음할 수밖에 없었을 민초들의 피와 땀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잉카 제국의 힘이 그들을 먹여 살리고 풍요롭게 했다면 또 다른 이야기이리라 자위해봅니다. 역사와 문화와 전통은 개인을 넘은 전체의 역량이고 유산이니 말입니다. 마추픽추는 내게 거대한 충격이었습니다. 그간 보아온 잉카 유적들의 총체라고 할까요? 게다가 딱 알맞은 날씨가 내게 마추픽추를 빛나게 해주었지요. 어제는 비가 종일 내렸다고 합니다. 내가 성스러운 계곡을 돌아볼 때였네요.

와이나픽추를 충분히 보고도 그냥 내려가기가 아까워 마추픽추 앞의 또 다른 봉우리인 우추이픽추를 홀로 오릅니다. 관광객들이 잘 오르지 않는 곳이어 조용하고 마추픽추가 눈앞에 잡힐 듯하지요. 홀로 한참을 머물고 아침도 못 먹고 서둘러 챙겨온 간식도 먹으며 마추픽추를 만끽합니다. 바위에 기대어 낮잠도 달게 잤습니다. 마추픽추에서 낮잠을 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아침 7시 반에 사인하고 들어와 12시 반에 사인을 하고 나가니 관리인이 놀라는 눈치입니다. 10시에 입장한 두번째 그룹이 나가는 시간에 첫번째 그룹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가고 있으니요. 꽉찬 오전이었습니다.

와이나픽추를 나가고 마추픽추에 입장하려고 하니 일방통행이라고 나가라고 합니다. 난 와이나픽추를 다녀와 마추픽추를 가야한다고 해도 밖에 나가 화장실도 가고 다시 마추픽추로 입장하라고 막무가내입니다. 그래서 출구 쪽으로 나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 있어 물어보니 안된다도 하다가 마추피추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니 특별한 케이스라면서 지나가게 해주네요. 마추픽추는 꼭대기에 있는 관리인 초소에서 보는 것이 가장 전망이 좋습니다. 와이나픽추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전망이 펼쳐집니다. 와!

마추픽추로 바로 내려가려다 썬 게이트라는 트레일과 잉카 브릿지 라는 트레일이 보여서 마음이 끌립니다. 먼저 썬 게이트를 따라가니 진짜 트레일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지요.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썬 게이트 트레일이 끝나는데 거기부터 진짜 잉카 트레일이 시작 됩니다. 잉카인들이 태양을 맞이했던 고개였던 듯 전망이 탁 트이고 아름답습니다. 가이드 투어로는 어림없는 길이지요. 그렇게 선 게이트를 보고 다시 마추픽추로 와서 다시 잉카 브릿지로 발길을 돌립니다. 거기는 어딜까? 가보니 가본 만큼입니다. 정말 영화에서 보는듯한 풍광과 절벽 틈으로 이어진 잉카 트레일입니다. 잉카 브릿지에서 길은 끝이 나 있지만 천년 전 이 길을 오고갔을 구리빛 전사들의 든든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잉카 브릿지까지 다녀오니 해가 저물어가고 마추픽추의 풍광은 더 신비스러워져 있네요. 그러고 보니 스낵으로 싸온 초코바 말고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습니다. 맞추픽추에는 화장실이 없다는 함정도 있습니다. 허기가 지고 식은 땀이 솟지만 가슴은 꽉차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물통에서 물을 달게 마시다가 뚜껑을 열어보니 파리가 한 마리 빠져 있네요. 빠진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이 물을 그간 달게 마셨다는 생각을 하니 우왁!입니다.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았다는 어느 선사의 이야기가 떠오르는 순간이지요.

종일 내려다보던 마추픽추를 드디어 가까이서 거닐어 봅니다. 천년의 숨결을 느끼지요. 가이드들이 그룹별로 모아놓고 설명하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한걸음 걸음을 옮깁니다. 마추픽추는 가이드 투어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듯합니다. 가장 좋은 계획은 와이니픽추를 7시에 예약하고 마추픽추에 일찍 올라 7시부터 8시까지 마추픽추 가이드를 받고 8시에 와이나 픽추를 오르고 남은 시간은 종일 썬 게이트와 잉카 브릿지 등을 홀로 맛보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추픽추를 가이드 받지 못하고 혼자 다닌 것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가이드만 받고 마추픽추를 나가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이지요.

이렇게 마추픽추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내려갈 때는 걸어가자는 생각도 너무 앞섰구요. 시간이 더 많다면 모를까 마추픽추를 버스로 오르고 내려도 난 그 위에서 10시간을 내내 걸어 다녔습니다. 지루한줄 모르고 행복하게요. 간식과 물을 조금 더 챙겨왔으면 좋을뻔 했습니다. 관리인들이 먹지 못하게 하고 마추픽추 안에는 음식이나 음료를 파는 곳조차 없지만 눈치껏 하면 됩니다. 화장실도 없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데 아마도 빨리 보고 나가라는 듯, 난 자연과 함께했습니다. 와이나픽추를 보고 나갔다가 화장실도 가고 스낵도 먹고 다시 마추픽추로 들어오는 길을 선택하면 화장실 문제가 해결되겠네요.

오늘 하루 이렇게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감사가 가득합니다. 새로운 시작이지요. 마추픽추 아래 마을 이름이 아구아스 깔리엔테인데 스페인말로 뜨거운 물이라는 뜻입니다. 온천이 있다는 거지요. 마추픽추 투어가 일찍 끝나면 마추픽추의 기운을 받은 온천을 하자 생각했는데 시간이 어림없습니다. 8시에 오얀타이탐보 가는 기차를 타야하고 그 사이에 밥을 먹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일기를 쓰면 안성맞춤인 시간이 남습니다. 숙소를 오얀타이탐보 말고 여기 아구아스 깔리엔테에 정할 걸 그랬습니다. 그런데 기차값이 아침 저녁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네요. 오늘도 감사 가득합니다. 아, 숨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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