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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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2/20(금)
20190521_140711.jpg (232KB, DN:22)
20190521(#남미 22일) 푸에르토 몬트 : 뜻밖의 하루  


● 20190521(#남미 22일)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 -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 앙헬모 수산시장 : 뜻밖의 하루

칠레 남단 푼타 아레나스에서 칠레 북쪽으로 항공편으로 가기로 하면서 공항이 있는 푸에르토 몬트에서 하루 숙박을 하고 푸콘으로 가려고 일정을 세웠었습니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하루 묵어서는 자고 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어 푸에르토 몬트 공항에서 바로 푸콘으로 가기로 일정을 바꾸었습니다. 푸에르토 몬트는 수산물의 천국이라고 하고 근처에 있는 칠로에 섬은 예수회 선교사들이 처음 남미로 들어온 곳으로 아름답고 유서 깊은 성당들이 많은 곳이라고 합니다. 순례지죠. 그런데 그렇게 다 돌아보려면 며칠을 투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잠만 자고 나오는꼴, 아쉽지만 푸에르토 몬트는 패스하고 푸콘에서 여유있게 하루 더 지내기로 합니다.

도착한 푸에르토 몬트 공항, 시차가 한 시간이 있어 시간을 벌었네요. 푸에르토 몬트를 들르지 않고 바로 푸콘으로 향하기로 했지만 막막합니다. 공항 인포메이션으로 갔는데 영어가 안 통합니다. 어떻게 가야지? 일단 인터넷으로 검색에서 가는 길을 대충 알아 두었지만 늘 현지 사정과는 차이가 있으니 직접 발로 뛰어 보아야죠. 안되겠어서 항공사 직원에게 가서 푸콘을 어떻게 가냐고 하니 푸에르토 몬트 버스 터미널로 일단 가라고 합니다. 공항에서 나와 손짓 발짓으로 푸에르토 몬트 버스 터미널 가는 버스를 어떻게 잘 탔습니다.

버스를 타고 나오는 길에서 보는 칠레는 이제껏 본 칠레가 아니네요. 파타고니아 산악지대와 남극의 해안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 사람들로 가득한 시장통 같다고 할까요? 그렇게 사람들 사는 모습이 담긴 거리를 버스로 지나가면서 낯선 곳의 사람 냄새를 즐깁니다. 그들도 이방인인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겠지요? 정처 없이 길을 가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먼저 푸콘을 가는 버스표를 알아보는데 표가 없습니다. 안되는 스페인어, 안되는 영어로 서로 난감해 하면서 겨우 내일 아침 9시표를 구했습니다. 휴~ 이제 다음은 숙소, 이미 푸에르토 몬트의 숙소를 취소하고 푸콘의 숙소를 구했는데 이럴 때는 또 부지런한 것이 낭패입니다. 푸콘 숙소에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하니 다행히 수수료 없이 취소를 해줍니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 가까운 숙소를 찾아서 하루 묵을 곳을 구했습니다.

3시부터 체크인을 하는 숙소에 짐을 맡기고 나와 아름다운 푸에르토 몬트 바닷가를 마주하며 앉으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이게 여행이지 싶습니다. 남미여행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절감합니다. 그리고 기본 스페인어는 할 줄 알아야겠어요. 푸에르트 몬트는 앙헬모 수산시장이 유명하다고 해 구글 지도에서 엘 메르카도 데 앙헬모(El Mercado de Angelmo)를 찾으니 고맙게도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입니다. 시장을 찾아 걸어가는데 길이 참 정겹습니다. 우리나라 70년대 시장을 보는 그런 느낌과 생기가 납니다. 아름다운 대자연과 또 다른 맛이 있네요.

역시나 앙헬모 수산시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싱싱한 수산물로 가득하고 그 옆에는 로컬 식당들이 즐비합니다. 시장 밖에서 호객하는 식당 말고 안으로 가 첫번째 눈에 띠는 식당에 들어가니 식당에 테이블도 2개밖에 없어 혼밥하는 다른 현지인 자리에 같이 끼어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것이 있어서 로코스(Locos)를 주문했는데 나중에 보니 칠레 전복이더라구요. 그 비싼 전복을 양껏 먹었으니 음료수도 안했는데 12000페소를 달라고 합니다. 2만원 정도지요? 그래도 시장 구경한 값으로 치면서 흔쾌합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그제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배가 고팠나 봅니다.

물가에 바다표범인지 물개인지가 모여 있고 페리칸 같은 새도 날아다니고 또 다른 세상입니다. 시장 안도 아기자기하구요. 다 둘러보고도 해가 남아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푸에르토 몬트가 다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길래 다녀오기로 합니다. 물론 택시를 타면 10분도 안걸릴 텐데 걸어가니 1시간입니다. 그것도 오르막길을요. 다시 땀이 범벅이 되면서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합니다. 서울에서 남산도 안 가는데 칠레 시골까지 와서 동네 전망대를 뻘뻘거리며 올라가고 있으니 말이죠. 현지인들도 잘 안 가는듯 썰렁한 전망대지만 다녀오길 잘했습니다. 아름다운 푸에르토 몬트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돌아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피로가 풀리니 밥 생각이 나지요. 점심을 든든히 해서 그냥 패스할까 하다 앙헬모 시장이 생각나 언제 또 오랴싶어 다시 나갑니다.

낮과 다르게 어둡고 사람도 없는 남미 시장 거리를 지나려니 오싹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해물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이번에는 시장 입구 첫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장사를 마감하는 분위기의 아줌마가 반깁니다. 아는 스페인어 단어를 꿰어 맞추어 '소파 데 마리스코스'를 달라고 하니 알겠다는 표정으로 뭐라 뭐라 하는데 나는 하나도 못 알아 듣겠습니다. 여튼 앉아 있으니 푸짐한 해물이 가득한 뚝배기가 나오네요. 식전 빵도 야채 샐럿이랑 다 먹어버려 ‘빵’을 더 달라니 ‘빤’이라고 해서 서로 웃으며 말장단이 붙습니다. 한국 사람이라는 걸 알고 한 아줌마가 k-pop이라며 엄지를 추켜세우고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줍니다. 국물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걸 보고 '굿!'이냐고 해 나는 '비엔!'이라고 말해줍니다. 내일 또 오라고 하는데 '마냐냐 미 푸콘'이라고 하니 아쉬움 가득이네요. 스페인어 못하는 캐나다 사람이랑 영어 못하는 칠레 아줌마랑도 어떻게든 통합니다.

오늘도 시행착오로 대가를 많이 지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가 꽉 찹니다. 생각대로 안되면 있는 그대로 즐겨야지요. 다른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월을 낭비하며 살지요. 든든히 먹고 조용한 밤 바닷가를 여유있게 즐기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푸콘에 잘 가 있어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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