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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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2/15(일)
20190518_124653.jpg (208KB, DN:14)
20190518(#남미 19일) W트레킹 4일 : 흘러가는 삶  


● 20190518(#남미 19일) 토레스 델 파이네 W트레킹 4일, 파이네 그란데(Paine Grande) - 그레이 그라시에르(Grey Glacier) –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11km) : 어디나 흘러가는 삶

원시적인 사흘 밤을 산에서 지내고 안락한 파이네 그란데 산장에서 보낸 하루는 꿈만 같습니다. 편안한 침대에서 나오기 싫어 누워 있어본 적이 얼마만인지요. 어제 전깃불 아래서 먹었던 디너처럼 아침식사도 환상, 산장에서 런치박스도 두둑히 싸주어 이른 아침에 길 위에 다시 섰습니다. 비가 와 중무장을 하고 헤드 랜턴에 의지해 어두운 길을 나서면서 길에 서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 되지요. 오늘 11km를 걸어 트레킹 마지막으로 그레이 빙하 앞 그레이 산장에서 크루즈를 타고 돌아 나오면 꿈같은 4박5일의 일정이 마쳐집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으면서 마지막 3시간이 한 발자욱도 떼기 힘이 듭니다. 비가 오고 바람불고 어두운 길을 뒤뚱거리며 가고 싶지 않은거지요. 그런데 내가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 누가 대신해줄 수도 없는 길입니다. 비가 눈으로 바뀌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눈보라가 되어도 묵묵히 어두운 산길을 헤쳐 가니 에너지가 돌고 사방에 어두움이 가시면서 아름다운 길이 보입니다. 눈보라가 멈춘 순간순간 펼쳐지는 아름다움은 눈보라 속을 걸어 나온 그 만이 마주할 수 있지요.

오전 내내 눈보라와 함께 길을 걸으며 고마운 건 어제 브리타니코 룩아웃을 갈 때 눈보라를 만났다면 앞도 못보고 걷기만 했을 텐데 하는 안도감입니다. 그러나 또 그곳도 그렇게 걸어서 맞이했을 은혜가 있겠지요. 그레이 산장까지 4시간 남짓 걷고 기다리고 있는 빙하 크루즈에 올랐습니다. 크루즈를 타고온 관광객들은 4박5일 걸어온 우리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우리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네요. 어떤 모습으로 찍혔을지 상상이 갑니다.ㅎ 국립공원 서쪽 입구에서 크루즈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빙하 앞까지 라운드 트립을 하는 코스인데 우리는 그레이 빙하 앞, 산장에서 그 배를 타고 빙하를 둘러보며 국립공원 입구로 나갑니다. 이렇게 해서 W코스가 완성이 되지요. 나는 동쪽에서 들어와 서쪽으로 나가지만 서쪽으로 들어와 동쪽으로 나가기도 한답니다.

이번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여정에서 가장 큰 수확은 칠레를 다시 만났다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나라, 혹은 두려움이나 무시의 벽에 갇혀 있던 그 나라가 나의 나라와 다르지 않고 사람 사람들이 열정과 꿈을 가지고 긍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삶은 어디나 흐르고 있습니다. 내가 그 흐름을 타기만 하면 됩니다.^^ 낯설고 멀기만 했던 칠레가 가까이 오고 또 그 길을 가며 난 내게로 돌아갑니다. 그 어디나 하늘나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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