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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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0/30(수)
IMG_2055.JPG (318KB, DN:1)
20190502(#남미 3일) 리오 - 포스 도 이과수  


● 20190502(#남미 3일) 리오 데 자네이로(Rio de Janeiro), 그리스도 구속자상 - 포스 도 이과수(Foz do Iguasu) : 나는 그리스도!

만 이틀을 눕지 못했더니 일찍 잠이 들어 새벽 빗소리에 잠이 깹니다. 에어컨이 없어도 이불을 덥지 않으니 습도가 없어 잘만 합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뒹굴뒹굴하는 게 좋습니다. 얼마만인지요.ㅎ 숙소 조식 시간이 되어 다이닝룸으로 가 빵과 커피와 과일로 행복하게 아침을 먹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아침식사를 포르투갈어로 '커피와 빵'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로 블랙퍼스트, 스페인어로 데사이유노라고 하듯이요. 돌아와 침대 맡을 보니 에어컨을 작동하는 버튼이 있네요.ㅎ 참내... 그런데 나올 때까지 화장실 변기물 내리는 버튼은 못 찾고 일을 본 그대로 나오고 말았네요.ㅋ 미안하게...

저녁에 이과수 폭포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 일정, 서둘러 아침 8시에 문을 여는 그리스도 구속자 상을 보러 가기로 합니다. 안 통하는 말로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숙소에 맡긴 후 우버를 불렀습니다. 역시 대중교통은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고 이왕에 든 길, 그냥 우버에 손이 갑니다.ㅋ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우버 기사가 그리스도 구속자 상으로 가는 길을 모릅니다. 공원 입구에 내려주면 전철이나 밴을 타고 산으로 올라가면 되는데 산 중턱까지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승용차로 꼬불꼬불 올라가는데 느낌이 쌔~했지만 말이 안 통하니 어쩔 수 없었지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통제 구간에서 내려 다시 전철표를 사 올라가야 했답니다. 우버 비용은 우버 비용대로 전철비는 전철비대로...ㅠ 그래도 덕분에 아무도 없는 역에서 역시 택시를 타고 잘못 온 중국인 여행객 콩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스도 상에 올라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인생 샷을 남겼다지요. 안 그랬으면 내가 누구에게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럴 위인이 못되어 셀카만 몇 장 남겼을 텐데 말입니다.

그리스도 구속자 상에는 이른 아침에 오길 잘했습니다. 해가 중천에 오르면 그리스도 상에 그림자가 져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고 아침 느낌과는 달라집니다. 또 관광객도 많아지고 덥구요. 새벽에 비가 오고 구름이 많아 염려했는데 다행히 첫 전철을 타고 올라오니 구름이 가시고 파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눈 아래는 안개구름으로 리오 시내와 멋진 해변을 전망할 수는 없었지만 또 다른 신비스런 광경이 펼쳐졌지요. 리오의 아름다운 해변은 곧 있을(!)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그리스도 상 앞에 한참을 머물며 그리스도 완전 충만 일체 은혜 감사의 기도를 올립니다. 지금 여기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구원이고 사랑이지요. 그럴 때 내가 그리스도입니다. 리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에 그리스도 상을 세웠던 그들의 마음이 되어 봅니다. 그들도 그러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상 앞에 충분히 머물고 산을 내려오는 전철을 탔는데 여기가 또 난리입니다. 흥에 겨운 브라질 아줌마들의 수다와 노래로 전철이 떠나가네요.ㅎ 한국 아줌마들만 그런게 아님... 덕분에 그 즐거움에 전염이 되어 미소를 가득안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이제 내려가야지요. 산 아래로요. 산을 올라갔으면 또 내려옵니다. 늘 그 자리는 언제나 늘 그런 삶입니다. 빠듯한 리오의 일정에 시내 중심에 있는 세라론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리오 대성당을 일단 보기로 계획을 세웠지요. 이번에는 버스를 타보자 마음먹고 검색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1시간이 지나도 기다리는 버스가 오지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아무 버스나 물어서 탈 수도 없고 결국 우버를 부를 수밖에요. 이렇게 되어 리오에서는 대증교통 타는 것은 실패하고 우버와 함께, 혹은 뚜벅이였답니다.ㅎ

시내가 막혀 우버 기사가 그만 걸어가라고 해 “예!” 했습니다. 센트로, 분위기가 험악하고 대낮에 5분을 걷다가도 강도를 만난다는데 나는 배낭까지 짊어지고 혼자... 그래도 하루를 지났다고 자연스럽게 걸어봅니다. 구글이 가르쳐 주는 길을 따라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는 곳이 딱 보입니다. 유명한 리오의 명물 세라론 계단이지요. 수백 개의 계단에 아름답게 장식된 타일과 그림이 브라질이라고 딱 보여주는 곳입니다. 흥에 겨운 사람들 속에서 잠시 걷고 사진도 찍으며 머물다 내려옵니다. 브라질 리오입니다. 삼바축제 기간에는 장난이 아니라구요.

세라론 계단을 나오니 또 거리 분위기가 섬뜩해집니다. 다들 걸을 생각 말고 택시를 타고 다니라는데, 리오 대성당을 검색해 보니 걸어서 15분 거리입니다. 아침부터 서둘러 시간도 충분하고 리오를 더 느끼고 싶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땀범벅이 되어 호흡을 알아차리며 홀로 길을 걷습니다. 무서워 밥도 못 먹으면서 태연한 척, 안 무서운 척... 그렇게 험악한 센트로를 걷는 내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걸어 겉모습이 쇠락해 있는 거대한 리오 대성당을 마주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니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웅장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요. 나는 거기에 머물러 한참을 기도와 명상에 듭니다. 내 여정이 빛을 보는 여행이고 이 또한 순례의 길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이제 겨우 하룻밤을 잤는데 몇 달은 걸어온 기분입니다. 성당 앞에 캐나다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홈리스 예수의 조각이 쇠락한 대성당과 리오의 거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예수는 그렇게 거기에 계십니다.

성당을 나오니 이제 1시가 조금 넘었고 비행기는 밤 9시20분이고 해서 어디를 더 가볼까 궁리를 하는데 들어온 것이 현대미술관입니다. 거리도 걸어서 30분, 마음이 끌리는 대로 가니 어제 그 빵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해변이네요. 어제 야경을 보여준 곳이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입니다. 구름 덥힌 그리스도 상도 멀리 보이구요. 리오 현대 미술관도 쇠락하는 브라질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범상치 않은 건축물이 풍화에 찌든 그대로이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작품들이 외로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후 내내 관람객이 나 혼자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유럽 미술 기행을 몇 번 해본 가락이 있는 나, 미술관에 들어서니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작품과 작가들의 삶과 고민과 열정이 가슴으로 느껴지며 숨이 깊이 내려갑니다. 가슴이 가득차서 나왔습니다. 번잡한 브라질에서 난 또 다른 경험을 합니다. 덕분이지요.

얼마 없는 작품을 보고 나오니 아직도 시간이 충분하고 그제사 배가 고파와 미술관에 딸린 레스토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입구의 분위기가 나 같은 배낭 여행자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옵니다. 안내를 받아 꼬불꼬불 들어가니 말쑥한 정장 차림의 아름다운 웨이트리스가 영어로 반기고 메뉴를 설명해줍니다. 점심이 200헤알이 넘습니다. 씩~ 살인 미소를 지으며 배낭을 멘 내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게는 너무 비싸다고 미안하다고 하고 돌아 나왔다지요. 나중에 알아보니 리오에서 유명한 프랑스 레스토랑이더라구요. 대신 옆에 있는 미술관 까페를 찾으니 딱 내 분위기입니다. 점심이 뷔페인데 35헤알, 맥주까지 시키니 50헤알 정도...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종일 다녔더니 맥주가 취하지도 않고 생수가 되었습니다.^^

가슴을 채우고 배를 채우고 나와 해변 그늘에 한참을 앉아 리오를 느끼다가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아 공항으로 가기로 합니다. 미술관에서 숙소까지 우버를 부를까 했는데 구글이 걸어서 40분이라고 하네요. 순례길에서 40분이면 코 앞... 당근 걷기로 합니다. 땀이 나서 그렇지 걷다보니 리오의 센트로도 정겨움으로 다가오네요. 사람은 걸어야 합니다.^^ 숙소에서 짐을 찾아 우버를 불러 만 하루의 리오를 뒤로 다시 공항에 안착했습니다. 일찍 온 덕에 밀린 일기도 쓰고 사진과 영상도 올리고 조금씩 컨디션이 조절되네요. 이제 길에 오롯이 서갑니다. 2시간 반 비행기를 타면 이과수 폭포입니다. 버스로 가면 20시간은 가야할텐데 서둘러 비행기표를 예약한 덕에 100불 남짓으로 하루를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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