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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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8/6/16(토)
20151122_134301.jpg (318KB, DN:2)
20151120~27 Thich Nhat Hanh 스님의 플럼빌리지  


2. Thich Nhat Hanh 스님의 플럼 빌리지

● 20151120 하이델베르크에서 플럼 빌리지까지

긴 하루였습니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준비해서 하이델베르크를 떠나 프랑크푸르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를 경유해 프랑스 보르도(Bordeaux)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지났습니다.
비행기 도착 시간에 맞추어 Bordeaux St Jean(보르도 생장)역에서 플럼 빌리지 근처인 Ste Foy La Grande역까지 표를 미리 예매했는데 이 역이 공항 근처가 아닌 겁니다.
버스로 한 시간이 넘게 생장역으로 가야해 예약한 기차표는 못쓰고 한 시간 후 기차표를 다시 구해 그란데역으로 이동했습니다.
생장역에서 기차를 타려면 비행기 도착 후 2시간은 여유가 있어야할 듯합니다.

그리고 또 그란데역에서 플럼 빌리지까지 어찌갈지는 다시 길에 묻는 수밖에 없겠지요.
두려워서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 않아서 두려운 것이라 했습니다.
그란데역에서 플럼 빌리지를 가려면 며칠 전에 플럼 빌리지 셔틀 차량을 예약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금요일은 셔틀이 운행되는데 아니면 택시를 타야하구요, 그것도 역 도착 시간에 맞추어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시골이라 기차역에 택시가 없어요.
늦게 도착해 한 시간을 기다리고 다행히 마지막 셔틀을 만나 플럼 빌리지 Upper Hamlet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었습니다.
장장 14시간의 여정이었네요.

지금 플럼 빌리지에 빗소리가 가득합니다.
어둡고 비가 오는 중에 도착해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이 그렇듯 불편하고 낯설어 보입니다.
안내를 하는 젊은 베트남 스님들은 친절하기는 한데 영어를 잘 못하십니다.ㅎ
시설도 아주 단순하고 소박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규모 있게 자리 잡은 한국의 절이나 명상센터 생각을 하고 찾아오면 안될 듯합니다.
하지만 난 덕분에 빗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어 좋습니다.
충분히 쉬어갈 수 있을듯해요.

일정 상으로는 새벽 6시부터 명상이 있고 아침 식사가 이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아직 오리엔테이션이 없어서 아침에 일어나 보아야겠습니다.
프랑스까지 와서 불교 수행자들과 명상을 하고 그 분위기 안에서 무엇을 만나갈지 어떤 현실이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와서 보니 당연하기는 하지만 스님들은 동양인, 방문자들은 대부분 서양 사람들이네요.
무엇이 이들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는지 궁금합니다.

I have arrived, 이제 도착했습니다.
I am home, 고향에 있습니다.
in the here in the now, 지금 여기 안에서

플럼 빌리지에서 처음 배운 노래인데 가사가 참 좋습니다.^^

● 플럼 빌리지의 하루

May I look at the world with compassion and not in judgment.
May I listen to others with equanimity and not be carried away by praise or blame.
May I speak to others with loving kindness and not with harsh words.
May I share joy with each person I meet and forgive myself when I don't succeed.
Just as four walls of house support the roof.
So the four elements  of true love support the mindfulness watching over my empty house.

밤새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자고 깨고 하면서 아침을 기다립니다.
게으름을 부리며 꾸물꾸물 늦잠을 자는 기분 좋은 느낌이지요.
새벽종이 울리고 법당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홀로 눈치껏 따라 갑니다.
밤늦게 도착해 아직 오리엔테이션이 없었으니 알아서 해야지요.
플럼 빌리지는 Upper Hamlet, Lower Hamlet, New Hamlet 이렇게 세 곳의 수행처가 있는데 각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Sonha Temple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배정되었네요.

새벽 종소리를 따라 Sonha meditation hall에 들어서는데 입구가 너무 소박해 깜짝 놀랐습니다.
시골집 창고 같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나 또 법당 안에 들어가니 면벽을 하고 앉아 있는 수행자들의 모습과 향 냄새가 고요를 자아냅니다.
예수께서 너희들이 광야에 무엇을 보러 나갔느냐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렇죠.
광야에 비단 옷을 입은 사람과 화려한 궁전을 보러 나간 것이 아니지요.
예언자를 보러 갔고 말씀을 들으러 간 것이니까요.

금요일에 시작해서 금요일에 마치는 일주일 이곳 단위의 일과는 요일별로 조금씩 다르게 짜여 있습니다.
첫날인 토요일은 아침 6시부터 45분 앉아서 하는 명상입니다.
다들 앉아 있는 가운데 눈치껏 빈방석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잠시 후 종소리와 함께 스님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떼제에 있는 듯한 느낌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종소리와 함께 45분간 명상에 들어갑니다.
명상에 들어 꼼짝 하지 않고 앉은 오똑한 코의 서양인들이 마치 조각상 같습니다.
난 45분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으려니 익숙하다고 생각한 명상이지만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생각이 갈래를 펼치고 또 그 생각을 쫒아 다니다 다시 그 생각을 바라보고 하다가 종소리에 정신을 차렷합니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겠지요.ㅋ

명상홀에 부처상이 모셔있고 촛불과 향이 켜 있지만 예불같은 의식은 없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일어나며 앉은 자리를 쓰다듬어 정돈하고 돌아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구요.
입구에서 신발도 벗어 돌려 놓구요.
근데 스님들은 안돌려놔요.
식사는 당연히 채식을 하는데 아침식사로 시리얼에 두유와 빵이 뷔페식으로 준비되었고 식사 후 설거지는 각자가 했습니다.

보통의 일과는 이렇게 6시에 앉은 명상 후 7시 아침식사가 있고 11시 30분에 걷기 명상, 12시 30분에 점심 식사, 3시에  mindful work라고 이름한 노동, 6시에 저녁식사, 8시에 다시 앉은 명상 후에 침묵으로 잠자리에 들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요일마다 변화를 주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lazy day나 lazy evening이 있고, 다르마 토크라는 설법을 듣는 시간, 그리고 그것을 듣고 나누는 다르마 쉐어링 시간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번 주처럼 겨울 리트릿(동안거)이 시작되는 주간에는 전체 Hamlet이 모여서 하는 세러모니(의식)가 있기도 합니다.

떼제 공동체에서도 인상 깊었던 것이 '기쁨'이었는데 여기 플럼 빌리지에서도 기쁨을 나눈다는 수행의 목적에 마음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명상을 하는 곳이어 더더욱 그러하겠지만 호흡에 초점이 맞추어져 수련이 이어지는 단순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프로그램과 스케줄도 떼제와 같이 수행을 하는 수도자들의 일상에 방문자(수련생)들이 함께하는 형태라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방문자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이곳의 일상에 함께하는 것이라 보아도 좋습니다.
거꾸로 보면 수행자들의 일상이 방문자들에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방문객들은 수행자들의 일상에 활력을 주구요.
사람들이 찾아오다니요!

● Stopping

내가 본 플럼 빌리지의 Practice(연습, 수련)의 핵심을 한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Stop, '일단정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트릿, 혹은 수련을 하는 핵심이 일상을 중단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려는 것이니까요.
불교의 승려들이 하는 동안거나 하안거가 일 년 중 몇 달을 다 멈추고 기도와 명상, 수련에 집중해 처음 힘의 중심으로 들어가자는 것입니다.
일상에 그렇게 멈추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일주일에 하루를 쉬는 안식일이고 예배이고 기도이고 명상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잠시 멈추어 잊어버린 것들을 기억하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플럼 빌리지의 수행은 Stop에 초점을 맞춥니다.
수련장에서 종이 울리면 모든 행동과 생각을 멈추고 호흡을 알아차려 ‘Return back home’(집으로 돌아기기)하지요.
식당에서는 시계 종이 울려도 하던 일을 Stop해서 놓치고 있던 그곳으로 돌아갑니다.(return to)
Here and Now(지금 여기)로 말이지요.
Stop(멈추고)하고 ‘Enjoy your breath’(숨을 즐겨라)하라고 말합니다.
성경에서도 흙으로 지어진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호흡, 바람을 불어 넣으셔서 생명이 되었다고 했지요.
순간순간 그런 장치를 해두고 있습니다.
아침과 저녁으로 하는 앉은 명상이 그렇고 점심 전에 하는 걷는 명상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때 이것을 다시 만나 되새깁니다.

I have arrived I am home in the now and in the here. I am solid, I am free. In the ultimate I dwell.(나는 이제 도착했네 나는 지금 여기 집에 있네 나는 굳건하네 나는 자유네 나는 궁극에 머물러 사네)

내가 어디에 도착해 있는지 보는 것이지요.
Stop, '일단정지'하구요.

● Sitting meditation

일단 정지의 또 다른 연습이 앉아서 하는 명상입니다.
방문자들에게 하는 명상 안내는 relax하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불편하려고 명상하는 것이 아니니 편하게 앉아 있으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생각이나 통증이 명상의 적이 아니라 그 또한 돌아가는 통로가 되어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앉은 명상 중 생각 속에 빠지면 알아차립니다.
지금 앉아 있다고요.
그리고 다시 멈추고(Stop) 그저 앉아 있어보는 것입니다.
통증이 와도 통증과 싸우지 말고 통증을 바라보고 그래도 않되면 자세를 바꾸어줍니다.
통증으로 집중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자세를 바꾸면 되거든요.
다만 나비가 내 몸에 앉아 있어도 날아가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자세를 바꾸어 줍니다.

앉은 명상의 가장 큰 방해가 생각과 통증인데 그 때 그것을 통해서 다시 ‘enjoy your breath’(숨을 즐기기)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앉아 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모든 것을 멈추고 시작하는 출발점입니다.
그러면 왜 앉아 있을까는 사과 쥬스의 알갱이가 가라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사과 쥬스를 컵에 따르면 뿌옇게 떠오른 알갱이들이 가만히 두면 1시간 후에는 모두 가라앉아 맑아지지요.
우리의 마음도 그러합니다.
1시간 가만히 앉아 만 가지 느낌과 생각을 가라앉히고 고요에, 지금에 접촉합니다.
어떻게 앉을줄 알고 자세를 든든히 잡고 들숨과 날숨을 조절할 수 있다면 곧 평화롭고 깨끗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Walking meditation

Breathing in, Breathing out.
I am blooming as a flower.
I am fresh as the dew.
I am solid as a mountain.
I am firm as the earth.
I am free.
I am water reflecting what is real, what is true.
And I feel there is space deep inside of me.
I am free.

걷는 명상도 그렇습니다.
걷다가 생각에 빠지면 다시 걸음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그런 연습입니다.
평소보다 천천히 걷습니다.
걷다가 잠시 멈추어 바라봅니다.
그리고 또 걷습니다.
숨을 즐기며 걷습니다.

들숨, 날숨을 통해 봅니다.
나는 꽃처럼 피어나고 있습니다.
나는 이슬처럼 신선합니다.
나는 산처럼 굳건합니다.
나는 땅처럼 튼튼합니다.
나는 자유입니다.
나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진리인지를 반영하고 있는 물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 안에 깊은 우주가 있음을 느낍니다.
나는 자유입니다.

걷는 명상을 시작하기 전에 함께 부른 노래입니다.
걷기 전에 에너지를 돌게 하지요.
30분 정도 걸은 후 양지 바른 곳에서 호흡을 하며 체조를 하고 햇볕을 쬐며 가만히 앉아 침묵해 봅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1시간 정도가 되어지네요.
이 또한 일상에서 걸으며 지금 여기를 느끼고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걸을 때는 걷기만 하면 됩니다.
걸음을 알아차려 지금으로 가는 통로를 만들어 가는 것이지요.

● 의식

어제 토요일과 오늘 일요일은 플럼 빌리지의 전체 Hamlet이 모여 Winter retreat, 동안거를 시작하는 의식이 있었습니다.
의식은 단순한데 워낙 여러 가지 언어로 동시통역을 하다 보니 어수선했고 승려들의 의식이라 방문객들은 배려가 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방문객들은 참 진지했고 무엇이라도 얻고자 하는 갈망이 가득했습니다.
다만 다른 의식을 진행하고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이곳 의식 진행이 미숙하고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는 거지요.
다르게 보면 순수하다고 할까요?

일요일이라 외부에서 온 손님들도 의식을 마치고 picnic 런치라고 뷔페식으로 식사를 배식해 야외에서 점심을 함께했습니다.
그 많은 인원이 식사를 하는데 일사 분란했고 식사 후에도 모두 자기 식기를 씻어 건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란하고 번잡할 법도 한데 아주 차분하고 진지하고 고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주 경건하고 맑다고 할까요?
이것이 마음을 씻는 명상의 힘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 Lazy day

이 날이 나에게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뜻밖에도 게으른 것이 나에게 맞는가 봅니다.
어떤 프로그램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루 종일 내가 스스로 나를 만나는 시간, 참 좋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무도 없는 명상 홀에 홀로 들어 명상에 잠겨 있다가 나오니 눈이 옵니다.
플럼 빌리지의 첫눈이랍니다.
고요하고 맑고 예뻤습니다.

Lazy day, 일어나는 시간도 없고 무엇을 하라는 스케줄도 없습니다.
정해진 것은 식사 시간, 나머지는 자유지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참 좋습니다.ㅎ
다들 뭘할까 궁금합니다.
지난 밤에도 나와서 명상할걸 그랬습니다.
Lazy evening이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그냥 침대에서 뒹굴었지요.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하면서요.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될텐데 침대에 누워 10시간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리트릿이 없어요.
침대에 누워 있기 힘들어 명상하러 나오다니요.

흰 눈이 사방에 내리고 감을 따지 않은 감나무에는 까만 새가 매달려 감 알을 쪼고 있습니다.
새들 먹으라고 주렁주렁 열린 감을 따지 않은 모양입니다.
나도 따먹어야겠습니다.

● 일상에서 명상(플럼 빌리지 화장실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보며)

화장실에 앉아 돌아봅니다.
더럽고 깨끗하고, 좋고 나쁘고, 늘어나고 줄어들고 하는 모든 판단은 다 생각 안에만 있는 것이지요.
이 사실은 변할 수 없습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담을 것은 담아두는 우리 몸의 이 신비로움에 감탄합니다.

손을 씻을 흘러내리는 물을 조심스레 사용하면 우리의 소중한 지구를 지킬 수 있습니다.
물은 높은 산에서부터 땅 깊은 곳으로 흐릅니다.
신비스럽게도 물은 우리에게 와서 모든 생명을 지탱해 줍니다.
나의 감사가 차고 넘칩니다.

양치를 하고 입을 행굴 때 나는 순수하고 사랑스런 말을 할 것을 다짐합니다.
내 입이 바른 말로 향기로울 때 나의 마음 밭에 꽃 한 송이가 피어오릅니다.

이렇게 나는 지금 도착했습니다.

● 사람들

플럼 빌리지의 승려들은 틱낫한 스님의 영향으로 베트남에서 온 젊은이들로 영어나 불어를 배우고 있는 중인 경우가 많고 플럼 빌리지에 방문했다가 장기 수련을 위해 승려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플럼 빌리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5년간 monk, 승려가 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5년 경험해 보고 계속 monk 생활을 할지를 결정합니다.
일상을 떠나 수련 생활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받기 원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매력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단기로 방문한 이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다 유럽에서 온 서양인들이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국적이 다양합니다.
다들 사연이 있고 추구하는 물음이 있어서, 혹은 일을 떠나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와 1주부터 한 달, 두 달 혹은 겨울 내내 머물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한 갈망을 가지고 그들도 알지 못하는 스스로 내면의 두려움, 자기만의 상처와 아픔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화와 고요를 위해 플럼 빌리지를 찾아온 이들의 공통점은 얼굴이 모두 참 맑다는 것입니다.
부드럽고 선하고 고요하고 그렇습니다.
오히려 스님들이 더 시끄럽습니다.
명상하는 모습도, 들어가고 나오면서 인사하는 모습도, 밥 먹고 정리 정돈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이런 성향의 서양인들이 모여서 그런지, 남녀가 섞여 있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떼제도 참 맑고 순수하고 단순 소박했는데 그와는 조금 다른 정갈한 느낌이 있습니다.

● Mindfulness

플럼 빌리지의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다시 모으면 Mindfulness라고 정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직역하면 '정신 차리고, 잊지 않고, 주의하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말로 의역하면 “알아차리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일상에서 깨어나 알아차리는 것이지요.
그것이 "지금 여기"를 보게 합니다.
반복되는 이 순간이 아니라 늘 영원인 "지금 여기"지요.
주의깊게 숨을 쉬면 숨을 쉬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차를 마실 때 지금에 깨어 있다면 그것을 mindful한 차 마시기라 할 수 있구요.
우리가 내딛는 한 발 한발 발걸음에 깨어 있다면 그것을 Mindful한 걷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알아차리는 연습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습니다.
걷고 앉고 일하고 먹고 말하고 우리가 늘 하는 모든 것들에서 연습할 수 있는 거지요.
그래서 알아차리기, mindful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이것을 연습함으로 모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거지요.
예를 들면 석양을 볼 때 깨어있다면 석양의 아름다움이 우리 가슴을 깊이 건드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이 석양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간 일이나 내일, 혹은 무슨 계획에 빠져 있다면 우리는 그 순간 여기에 진실로 있지 못하고 그 아름다움을 놓치고 말겠지요.
이렇게 모든 순간에 깨어 있는 것이 행복과 기쁨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틱낫한 스님은 mindful한 삶의 연습을 5개 분야로 세분화해서 <>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인데 나는 이것을 나누며 다시 한번 think deeply, 삶을 깊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플럼 빌리지를 찾는 사람들이 이곳에 긍지를 가지고 삶의 원천으로 삼게 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요.
특히 개발과 자본의 물질주의에 찌든 서구인들에게 큰 매력과 대안이 되고 있음을 봅니다.

1. Reverence For Life "생명에 대한 존중"을 연습하겠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파괴에서 오는 고통을 알아차리고 생명을 죽이거나 죽이게 내버려두는 모든 행동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는 흑백논리나 차별적인 생각에서 오는 분노, 두려움, 욕심, 배척 등 모든 것을 포함하지요. 그래서 열려 있고, 차별하지 않으며 폭력과 광신과 독단을 위해 무엇을 덧씌워서 보지 않기로 합니다.

2. True Happiness "진정한 행복"을 연습하겠다는 것입니다. 착취와 사회적 불의와 절도, 압제로 인해 오는 고통을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에게 속한 어떤 것도 빼앗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한 이들과 나눌 때 진정한 행복이 온다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나의 행복과 이웃의 고난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니 지구 위의 모든 존재와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까지 생각하기로 합니다.

3. True Love "진정한 사랑"을 연습하겠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성행위로 일어나는 고통을 알아차리고 개인과 배우자와 가족과 사회의 전인적 안전을 지키는 길을 배우고 책임지겠다는 약속입니다. 성욕은 사랑이 아니고 성적인 갈망으로 일어나는 행위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알아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려진 진정하고 깊은 사랑과 약속에 바탕을 한 성관계만을 하기로 합니다. 특히 아동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지요.

4. Loving Speech and Deep Listening "사랑스러운 말과 경청"을 연습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주의한 말과 잘 듣지 못해서 일어나는 고통을 알아차리고 사랑으로 가득한 말과 동정어린 듣기로 종교와 윤리와 민족 가운데 화해와 평화를 일으키겠다는 약속이지요. 말이 행복과 고통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아 신용과 기쁨과 희망에 기초한 진정어린 말만을 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화와 폭력과 두려움을 바꾸어 갑니다.

5. Nourishment and Healing "성장과 치유"를 연습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주의한 소비로 인한 고통을 알아차리고 나와 가족과 사회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알아차리며 먹고 마시고 소비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어떻게 하면 알맞는 음식과 감정과 의지와 의식을 맞이할 수 있을지 깊이 성찰하며 연습하겠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도박이나 술 마약과 다른 중독성이 강한 인터넷 사이트, 온라인 게임, TV, 영화, 잡지, 책, 대화들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포함합니다. 대신에 나를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가게 해줄 환경에 있게 하는 것입니다. 후회와 긴장과 염려들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놓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토마스 머튼의 친구 틱낫한

플럼 빌리지를 설립한 틱낫한 스님이 기독교 신비주의의 대가 토마스 머튼 신부님과 친구였다는 사실을 손하 템플 거실에 있는 "Living Buddha, Living Christ"라는 책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만일에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책이라면 내가 번역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내용이 쏙쏙 들어옵니다.
예를 들면 여기서 틱낫한 스님은 기독교의 믿음이 참 사랑과 이해이시고 진리와 신성이신 하나님을 추구하는 것이라 보고 이를 불교의 원리인 멈추어 깊이 바라보아 지혜의 근원에 이르는 것과 같이 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틱낫한 스님은 평화운동을 하며 베트남 전쟁의 상흔 속에서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님과 가톨릭 신학자 한스 큉 신부님과도 깊은 교류가 있었네요.
이런 기본적인 상식도 없이 플럼 빌리지까지 찾아왔으니 참 부끄럽습니다.

그러고 보니 법당이랑 플럼 빌리지 곳곳에 예수와 석가모니 부처가 손잡고 서 있는 그림이랑 상징들이 있었습니다.
종교와 종교가 손잡지 않고는 세계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플럼 빌리지를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기독교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Mindful 수련을 위해 오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승려로 있는 이들 가운데도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플럼 빌리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세상과 사람을 돕는 것이 목적이지 불교의 교세 확장이 목적인 공동체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수행도 매일 일상에서 할 수 있을 정도의 과정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나에게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하고 있지요

● Eating Meditation

마지막 날, 플럼 빌리지에서 나는 어마어마한 광경을 목도했습니다.
어느새 일주일이 지나고 생각지도 않게 너무 황공하도록 잘 쉬었지요.
다시 떠나는 것이 아쉬울 만큼요.
잘 다듬어진 곳이 주는 에너지가 이렇게 강한지 새삼 느낍니다.
불편한 것이 편해지고 당황스런 것들이 감사가 되어집니다.
그런 변화가 있네요.
까미노 산티아고를 준비하려고 왔고 오히려 이리저리 다니는 것보다 홀로 빨리 걷고 싶은 마음이 많기도 했는데 이곳에 지내며 준비가 아니라 과정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다시 만나갑니다.
돌고 돌았지만 떼제와 플럼 빌리지를 와보기를 참 잘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그런데 오늘 또 놀란 일은 3개의 햄릿이 New Hamlet이라는 비구니들의 처소로 다르마 토크를 위해 모여서 일어났습니다.
3곳의 식구들이 다 모이니 어름 잡아도 300명이 넘는 인원이었습니다.
함께 앉아 명상하고 DVD로 틱낫한 스님의 영상을 한 시간 남짓 시청한 후 걷기 명상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30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침묵으로 걷는 광경과 기운이 어마어마했습니다.
아름다울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더해서 이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장면은 정말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300명이 6개의 뷔페식 배식대에서 음식을 담았으니 1인당 1분을 잡아도 50분은 족히 걸렸을 겁니다.
그런데 맨 처음 배식한 이들이 50분간 모두가 다 배식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것도 식탁이 아니라 명상하듯이 바닥에 가부좌를 하고 식기를 손으로 받쳐든 채 말이지요.
모두가 다 앉자 종소리와 함께 호흡을 알아차리고 또 침묵으로 식사를 합니다.
그야말로 Eating Meditation입니다.
30번 이상 씹고 먹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호흡과 함께 먹습니다.
그렇게 함께 앉고 함께 걷고 함께 먹으니 그게 수련 자체였어요.
어떤 안내자의 안내도 필요가 없는 장엄한 광경이었습니다.

그 공동체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참 대단한 힘이었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는 비효율이겠지만 그 순간 자체가 지금으로 이어지게 하는 통로요, 큰 힘이 되어주니 말입니다.
그렇게 깨어 있는 Mindful로 일상에 돌아가 그 일상을 Mindful하게 산다면 내가 변하고 이웃이 변하는 거지요.

● 명상과 나

내가 처음 명상을 배운 것은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 예수회 신부님을 통해서였습니다.
신부님과 예수회의 피정인 이냐시오 영신수련을 했었는데 그분은 일본에서 불교 참선을 배워 이냐시오에 적용을 했었지요.
명상을 통해 맑아진 눈으로 성경을 더 깊고 정확하게 볼 수 있다고 하시며 명상을 안내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며 내내 졸았던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명상을 시작했으니 나도 15년은 넘게 명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아 왔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배우며 기도의 차원과 깊이도 바뀌었지요
시편에 하나님은 침묵 가운데 계시고 침묵이 가장 높은 찬양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시편에 또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Be still은 고요와 평화의 상태, 침묵이고 Know는 관계를 하는 것인데  See deeply하는 명상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렇게 명상을 통해 말하는 기도에서 듣는 기도로, 듣는 기도에서 보는 관상기도의 문을 열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나는 종교적이지 못해 명상 체험은 그리 깊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니 명상을 만나지 못했으면 참 답답했을 거예요.
나에겐 참 귀한 선물입니다.
침묵, 그리고 명상이요.
"사뿐히 걷기, 주의 깊게 듣기, 다정하게 바라보기, 공손하게 어루만지기 ~♡ ^^"

"판단이 아닌 공감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기를,
찬양이나 비난이 아닌 공평함으로 다름 사람들에게 귀기울일 수 있기를,
거친 말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친절한 말을 할 수 있기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내가 성공하지 못할 때도 나를 용서할 수 있기를,
그리하면 네 개의 벽이 집의 지붕을 떠받들듯이 이러한 네 가지 참 사랑의 원리가 나의 빈집을 주의 깊게 지켜줄 것입니다."
(플럼 빌리지 New Year new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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