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페이스북블러그깊은물 추모Art of Life Community

처 음 | 하루 살이 | 예가○양로원 이야기 | 묵상의 오솔길 | 편지 | 이야기 앨범 | 설 교 | SPIRIT


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8/6/16(토)
20151114_142230.jpg (233KB, DN:8)
20151114 떼제 공동체 일곱째날  


● 20151114 떼제 일곱째날

아침에 슬픈 소식을 듣습니다.
파리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의 끔찍한 테러가 발생해서 수 백 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에 공동체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아침식사 전에 소식을 나눈 떼제는 침묵으로 피해를 당한 이들과 가족을 위해 하나님께서 함께하시길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파리를 위한 기도에 앞서 하루 전날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의 희생자를 언급하며 그곳을 위한 기도를 먼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나와 너, 모두에게 있습니다.

마침 수단 난민 청년들이 이 소식을 함께 들으며 이슬람을 대신해서 미안함과 사죄를 나누었습니다.
코란은 이런 폭력과 살인을 허용하지 않는다구요.
그들이 피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이슬람식의 기도를 하는데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지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이 이렇게 때로는 속상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마지막 날 성경 본문은 마태복음 산상수훈 가운데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고 빛이라는 말씀입니다.
가서 너희 착한 행실로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라는 말씀을 들려주며 파송을 하는 것이지요.
가만히 돌아봅니다.
때로 내 삶에도 밖에 버려져 발에 짓밟히는 느낌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돌아보면 내가 빛을 잃었거나 짠맛이 없다는 것을 보지요.
다시 내 느낌에서 돌아오는 길은 내 안에 빛을 찾고 짠맛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빛이 없고 짠 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예수의 말씀처럼 나는 세상의 빛이고 소금이지요.
그 사실의 소식을 들을 때 일어나는 믿음이 있습니다.
기억하는 것이 구원입니다.
20여 년 전에 친구 민홍이가 내 안에 빛이 있다는 것을 그가 안다고 말했고 2000년도 더 전에 예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고 오늘 떼제에서 이 말씀이 나를 두드립니다.
빛이 있습니다.
빛은 늘 어둠을 비추고 있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알지 못할 뿐이지요.

사람의 어떤 행실이 사실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스스로가 충분히 영광스럽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가 하나님의 형상이니 내가 아버지를 어떻게 세상에 드러나 보일 수 있는지 그것이 또 다른 나의 몫입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고 소금입니다.
이제 오늘 밤은 부활을 기념하는 촛불의식이 있습니다.
다만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을 생각하며 알렐루야 송을 주로 하던 평소와는 다른 노래를 선택하자고 알로이 원장 수사가 말씀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토요일 점심 식사를 신한열 수사의 초대로 공동체에서 수사들과 같이 할 기회를 받았지요.
그 안에서 따뜻하게 이어지는 수사들의 일상을 보고 식사에 함께하며 소식을 들었습니다.
알로이 원장 수사는 분단국가인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으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도보로 순례할 계획을 가지고 남북한 당국과 접촉을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알로이 원장 수사의 배려로 로제 수사의 방도 둘러보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분한 기회이고 큰 대접이었습니다.
또한 떼제는 담이 없음을 실감했구요.
찾아간 로제 수사의 소박한 방은 여전히 아름다웠는데 교황이 방문했을 때도 이 방에서 맞이하고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도 이 방에서 로제 수사가 맞이했다고 합니다.
수사들이 주신 포도주가 나에게는 과해 내 얼굴이 하루 종일 붉어졌습니다.

● 20151115 때제에서 제네바로

로제 수사의 방에 다녀왔다고 말하니 독일에서 온 다른 친구가 바로 묻습니다.
거기서 무엇을 느꼈냐구요.
그러자 생각도 없이 warm과 peace를 느꼈다는 말이 툭 튀어 나왔습니다.
가톨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일한다는 그 친구는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또 무엇을 보았냐고 몰아붙입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나의 미러(거울)가 있었을 거라 합니다.
그렇지요.
다시 가만히 돌아봅니다.
그 친구는 또 까미노까지 여정을 다 마치면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닐거라 예언(?)까지 해주네요.ㅎㅎ
놀라운 일입니다.
그 친구는 이제 일주일 더 떼제에 남아서 침묵수련에 들어간다 합니다.

마지막 날 저녁 기도회를 하며 함께한 촛불 의식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두운 예배당이 회중들의 촛불이 하나하나 이어지며 빛으로 가득해지고 베이루트와 파리에서의 테러 참사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기도를 드립니다.
나는 자연스레 세월호와 고난 받는 유족들, 14일 민중 총궐기로 일어나는 한국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이었습니다.
침묵이 큰 침묵을 낳고 기도가 기도를 낳습니다.
몸으로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한 마음으로 정성어린 뜻을 잇습니다.
주여. 살펴주옵소서.

이제 제네바로 가는 기차를 기다립니다.
일주일 전 내가 거닐었던 파리의 피바람을 뒤로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짧은댓글이름첨부작성일조회
451   20151120~27 Thich Nhat Hanh 스님의 플럼빌리지   깊은산    2018/06/16  159
450   20151114 떼제 공동체 일곱째날   깊은산    2018/06/16  109
449   20151113 떼제 공동체 여섯째날   깊은산    2018/06/16  105
448   20151112 떼제 공동체 다섯째날   깊은산    2018/06/16  96
447   20151111 떼제 공동체 넷째날   깊은산    2018/06/16  99
446   20151110 떼제 공동체 셋째날   깊은산    2018/06/16  96
445   20151109 떼제 공동체 둘째날   깊은산    2018/06/16  84
444   20151108 떼제 공동체 첫날   깊은산    2018/06/16  105
443   20170607_2(#산티아고 37일_2) 나의 끝은   깊은산    2017/08/27  656
442   20170607(#산티아고 37일) 길의 끝은   깊은산    2017/08/26  341
441   20170606(#산티아고 36일) 길이 이끄는대로   깊은산    2017/08/11  331
440   20170605(#산티아고 35일) 오늘도 나는 하루를   깊은산    2017/08/10  296

 
다음       목록 홈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