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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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17/8/9(수)
20170604_113022.jpg (140KB, DN:12)
20170604(#산티아고 34일) 신선놀음  
● 20170604(#산티아고 34일) 뽀르토마린 - 빨라스 데 레이 : 신선놀음



우리 오늘 하루 신선놀음했다고 하니 한결이가 알아듣지 못합니다.
신선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천사라고 할 수도 없고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팔자가 늘어졌다고 하니 알아듣습니다.
오전에 땀나도록 신나게 걷고 점심으로 좋아하는 라면으로 배를 동동하도록 먹고 오후에 낮잠을 자고 저녁은 순례자 메뉴로 해주는 밥 든든히 먹고 또 자니 신선이 따로 없지요.
참 오늘 드디어 '빨라스 데 레이'에서 문어로 디너를 했습니다.
양이 작았지만 만족합니다.^^
한결이도 오늘 참 좋았답니다.
뭐가 좋았냐니 기분이 좋았다구요.
아버지가 갈리시아를 너무 악하게 입력을 시켰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데요.
사실 나는 갈라시아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
산티아고를 코 앞에 두고 홀로 걷는 것도 내가 걷는 게 아니었으니 그냥 있었던 것 말고는 없었던 거지요.ㅎ

해안성 기후인 갈리시아로 들어오니 비가 오락가락하고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집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것이 길을 걷는데도 쌀쌀해 레온지방의 40도 가까웠던 무더위가 그리워지는 아침입니다.
햇살이 퍼지자 그늘보다 햇볕을 찾습니다.ㅎ
사하군부터 따라오기 시작한 기침과 가래가 점점 심해져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공동 공간에 머물기가 미안해집니다.
기침소리도 거슬리고 사람들에게 옮기는 게 아닐까 염려도 되구요.
사실 사하군에서 기침을 많이 하던 여자 분이 불편했었는데 거기서 옮긴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게다가 밤에 잠꼬대를 하고 코까지 곤다고 하니 여간 눈치 밥을 먹는 게 아닙니다.
혼자 자니 코를 골든 잠꼬대를 하든 아무 문제가 아닌데 사람들과 같이 자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곤란해져 버립니다.

오늘 '빨라스 데 레이'에 도착했으니 산티아고가 60Km대에 접어들었습니다.
더 걸을 수도 있는데 이제 걷기가 아깝습니다.
한결이는 갈리시아에 들어서서 날아다닙니다.
오늘도 나보다 1시간은 앞서 걸은 것 같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나를 1시간이나 기다렸다구요.
한결이를 따라 걸으려다 무리를 했는지 이제 적응되는 줄 알았던 발바닥이 아프고 물집의 신호가 옵니다.
다 와서 물집이라니요.ㅠ
한결이에게 말했더니 자기는 길이 좋아 즐기며 걸어 빠른 줄도 몰랐답니다.
한결이 말대로 갈리시아의 숲길과 들길과 산길이 참 좋습니다.
항생제 먹는 것만 아니면 한결이는 이제 날아다닐 것 같습니다.
항생제가 독한지 항생제만 먹으면 기운이 떨어진다고 하네요.

빨라스 데 레이에 일찍 도착해 알베르게를 정하고 스페인 라면에 양파와 고추 가루를 넣고 냄비 밥을 해 점심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일요일이라 슈퍼가 문을 열었을지 모르고 며칠 밥을 해먹었더니 힘들어 오늘은 한결이랑 레스토랑을 찾아서 디너는 밖에서 사먹었지요.
밥을 해먹기 위해 장을 보고 준비하고 설거지 하고 그러면 비용은 3분의 1도 들지 않지만 저녁 시간이 다 사라집니다.
그래도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다 낫지만 때로는 레스토랑 음식도 기분 전환에 때로는 도움이 되네요.
한결이가 그럽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은 한계에 길을 멈추지만 알베르게에서 샤워를 하고 잠시 쉬고 나면 10Km는 더 걸을 힘이 생긴다구요.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적응하고 또 알아서 조율을 해주는 거지요.

야곱과 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야곱은 꿈을 꾸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다하는데 에서는 이미 다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의 소중함을 모릅니다.
그래서 팥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고 동생에게 축복을 다 빼앗기고 말지요.
야곱은 바람이 있지만 에서는 바람이 없습니다.
물론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가리지 말자는 말은 아니지요.
예수님의 돌아온 탕자의 비유가 여기에도 딱 들어맞습니다.
집을 떠나본 사람이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출애굽은 바람이 있고 꿈꾸는 자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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