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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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8/3(목)
IMG_2579.JPG (75KB, DN:18)
20170529(#산티아고 28일) 넘어야할 산  
● 20170529(#산티아고 28일) 라바날 데 까미노 - 폰페라다 : 넘어야할 산



라바날에서의 하루의 쉼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니 수도원의 순례자 숙소에서 이삼일 쉬면서 피정을 하는 것도 좋은 순례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여름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더 드는 생각은 순례길의 선물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부님의 안내도 있었지만 산티아고길은 레저로 걷는 길이 아니지요.
제주도 올레길이 산티아고길을 롤 모델링 했다고 하고 산티아고 길이 상업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산티아고 길의 알베르게와 식당과 바의 상인들, 마을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산티아고 길이 가지고 있는 영적인 자산과 신앙의 의미에 자긍심을 가지고 그것을 지키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덕을 어떻게 입느냐 하는 것이지요.
걷는 것 자체가 기도가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걷는 것이 기도가 되게 합니다.
그래서 나의 길 끝을 보는 거지요.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습니다.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침에 일어나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어제 한결이 상태가 더 악화가 되었습니다.
오른쪽 다리의 감염이 일주일여 정성어린 치료로 아물어갔는데 왼쪽 다리에 똑같은 증상이 일어나고 왼쪽 팔까지 부어오르며 번지고 있습니다.
혹시 베드 버그인가 했는데 아침에 보니 오른발과 같은 증상으로 수포가 차오르고 있네요.
먹던 항생제도 다 떨어지고 상처에 바르던 후시딘도 바닥이 나고 있습니다.
비오는데 어떻게 할까 한결이에게 물으니 그래도 가야지 하며 벌떡 일어납니다.
바로 짐만 챙기고 스패츠와 우비를 단단히 입고 당당하게 출발해 하늘 아래 첫 마을 폰세베이돈에 이릅니다.
산밑에 버려진 마을에 순례자들이 찾아오면서 마을이 활기에 차졌다고 하지요.
폰세베이돈에서 아침을 먹고 산을 올라가 나를 내려놓는 철십자가에 이르니 햇살이 비치고 구름이 발 아래로 맴돕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떠날 즈음 안개가 밀려오네요.
멀리서 보면 구름 속에 있는 것이겠지요.ㅎ
그렇게 구름과 안개 가득한 철십자가 언덕 산능성을 신나게 탔습니다.
발이 아픈 한결이가 오늘은 쉬지도 않고 나보다 더 앞서 갑니다.
이대로 가면 40Km 가까이 걸어 성전 기사단 성채가 있는 폰페라다까지 가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산을 넘어 마을에 먼저 도착한 한결이의 왼쪽 다리를 보니 이전의 오른쪽 다리의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ㅠ

이쯤 되니 내부 감염까지 의심스럽고 한결이는 왜 이렇게 좋은 기회에 나만 아프지 합니다.
오늘 같아서는 어디까지라도 갈 수 있는 컨디션인데 말이지요.
산너머 산입니다.
그래서 마을 레스토랑에서 스페인식 햄버거(바게뜨 빵 사이에 햄버거 패티와 야채를 넣음)를 점심으로 먹으며 15Km 떨어진 폰페라다의 병원까지 택시를 불렀습니다.
어렵게 올랐던 산을 택시를 타고 내려오면서 또 만감이 교차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까미노에는 짐을 지고 묵묵히 걷는 순례자들의 행렬이 이어지지요.
한결이 상처를 의사에게 보이고 아무 일이 없으면 내일부터는 또 걸어갈 수 있는 길입니다.

28유로의 택시비를 내고 병원에 도착하니 환자가 없이 한가해 기다리지도 않고 의사를 만나고 열흘치 항생제와 연고를 다시 처방받았습니다.
지난번 먹었던 항생제 말고 다른 종류를 처방 받았지요.
그리고 계속 걸어도 된다고 합니다.^^
사실 그동안 했던 치료와 똑같은 처방인데도 마음이 놓이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까미노 길에 있는 병원에 가보니 순례자들 발의 물집 정도는 무료로 치료해 준다고 하네요.
그리고 약을 사보아야겠지만 일단 의사를 만나는 것도 32유로로 캐나다 의료비에 절반 가격입니다.
40일 여행자 보험을 200불 가까이 들었는데 본전도 못 뽑겠습니다.ㅎ

그리고 도네이션으로 운영하는 폰페라다 시립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고 일찍 쉽니다.
곧 낮잠 시간이 지나면 약국에 가 처방받은 약을 구하고 슈퍼에 가 먹을 것도 사와 저녁을 일찍 먹고 다시 길 위에 서기 위해 쉬어야지요.
스마트폰에 문제가 생겨 글이 잘 올라갈지 모르겠습니다.
와이파이에 연결하면 스마트폰의 자판이 사라져 나타나지를 않습니다.ㅠ
일 년도 안된 폰인데 자꾸 혼자 꺼졌다 켜지구요.
이 또한 무슨 일인가요?ㅎ

오늘 저녁은 같이 장을 보러간 한결이가 자취생 버전으로 준비하겠다고 해 맡겼습니다.
내가 한 냄비밥에 피망과 양파를 다져 계란 오믈렛을 하고 햄버거 패티에 양념을 하고 마늘과 치즈를 얹었습니다.
그 바쁜 주방을 1시간 넘게 차지해 만든 작품,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멋졌고 맛이 있었답니다.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요.ㅎ
오늘도 이렇게 넘어야할 산을 넘습니다.
이제 내가 기침을 하고 몸살 기운이 가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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