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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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3/14(월)
IMG_7776.JPG (99KB, DN:42)
20151201(#산티아고 5일 683.6km) 용서의 언덕으로  


● 20151201(#산티아고 5일 683.6km) 빰쁠로냐 - 오바노스 : 용서의 언덕으로

스페인에서 처음 만난 대도시 빰쁠로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이 주는 힘은 늘 내 생각을 넘어서 있습니다.
어제 그토록 힘들었던 걸음이 새롭습니다.
늘 새로운 시작이지요.
어느새 오늘 하루를 걸으면 산티아고 가는 까미노의 팔분의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한 걸음을 걷는 것이 아쉽고 소중합니다.
발의 통증으로 인해 한 걸음도 옮기기 힘들어 언제 목적지에 도착하지 하다가 정신이 번쩍 듭니다.
그렇지요.
어떻게 걷는 길인데요.
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요.

순례길인 까미노는 몇km를 걸었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또 물을 필요도 없구요.
또 혼자서 석 달, 넉 달 계속 걷는 순례자들도 있습니다.
묻는 물음이 있고 그 물음이 풀릴 때까지 걷는 거지요.
물론 그것이 한 달일 수도, 하루일 수도 있습니다.
파울로 코넬료는 자신의 검을 찾으러 까미노에 왔습니다.
그럼 나는 왜 왔을까?
그래서 어떤 수행의 길에 서 있는지 묻습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나는 돌아갈 집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 집을 찾으면 돌아가야지요.
지금은 내게는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오늘 그렇게 용서의 언덕을 올랐습니다.
빰쁠로냐에서 용서의 언덕을 오르는 길이 환상적입니다.
구릉에 가꾸어진 목초지와 밀밭이 너무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언덕을 오르면 용서의 언덕입니다.
누구나 용서하지 못한 일이 있고 그 일로 고통을 겪는 것은 용서하지 못한 그 사람입니다.
나는 무엇을 내려놓을까 숨을 헉헉거리며 오르는 동안 참 착해집니다.
용서의 언덕을 오르니 세상이 달라 보입니다.
올라오는 내내 다투던 내면, 견디기 힘든  육체의 고통도 사라집니다.
자유입니다.

용서의 언덕 밑에서 먹은 행동식(!)도 기가 막혔습니다.
우리 작은 희연씨(가명, 함께 길을 걷는 이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명을 씁니다)의 아이디어로 전날 슈퍼마켓에서 산 계란과 감자를 삶아왔지요.
더 없이 든든한 런치였습니다.
물론 인생이 그러하듯 이들과도 영원히 같이 걸을 수 없겠지요.
헤어지고 홀로 걷고 그러다 또 만나기도 할거구요.
용서의 언덕입니다.
여기가 좋사오니 영원히 머물고 싶었던 그곳, 용서의 언덕에서 길을 가는 우리는 또 그곳을 내려와야지요.
까미노에는 옛 성전 기사단의 유적이 몇 군데 있는데 용서의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그 하나가 있습니다.
내려오면서 마을 하나를 지나고 두번째 마을에서 오각형 성당인 산타 마리에 데 유네이트(Santa Maria de Eunate)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4km정도 둘러가는 길인데도 보고 싶어 들러보았지요.
그러느라 해가 저버려 계획했던 '왕비의 다리'까지 가지 못하고 오바노스에 머물렀습니다.
오바노스에서는 알베르게가 아닌 팬션을 찾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층 침대가 아닌 개인 침대에서 잠을 자보았네요.

길을 가는 것이 그렇지요.
이 오바노스는 사랑이 죽임을 당한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공주가 까미노 순례길에 올랐다가 깨달은 바가 있어 이 마을에 머물러 성당을 세우고 가난한 사람들과 순례자들을 도우며 살았다고 합니다.
순례자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그녀는 사랑, 그 자체였지요.
그런데 공주의 아버지인 왕은 그것이 못마땅해 오빠를 보내 공주를 데려오게 합니다.
공주가 말을 듣지 않자 오빠는 화가 나 공주를 죽이게 됩니다.
사랑이 죽임을 당한 거지요.
그리고 나서 정신을 차린 왕자는 자기가 한 짓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교황을 찾아가 사정을 말하자 교황은 왕자에게 산티아고 순례를 명합니다.
그렇게 순례를 다녀온 왕자는 이 마을에 도착하자 공주와 똑같은 마음을 품게 되어 왕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아서 사랑을 실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그 오바노스에서 하루를 묵습니다.
사랑을 기억하며.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옹호하고 세상의 악인들을 쳐서 죽이실 것이며 정의와 성실로 자기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그때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눕고 송아지와 사자 새끼가 함께 먹으며 어린 아이들이 그것들을 돌볼 것이다. 그리고 암소와 곰이 함께 먹고 그 새끼들이 함께 누울 것이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곁에서 놀며 어린 아이들이 독사 굴에 손을 넣어도 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산 시온에는 해로운 것이나 악한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것은 바다에 물이 가득하듯이 세상에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충만할 것이기 때문이다.”(이사야 11:4-9)

사랑입니다. 바다에 물이 가득하듯 세상에 여호와(I Am)를 아는 지식이 충만할 때 정의와 성실, 평화와 화해가 일어나게 됩니다. 나를 모르니 전쟁과 파괴와 약탈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여호와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옹호하고 악인에게 보복하며 정의와 성실로 다스리십니다. : 주님, 제대로 알고 아는 그대로 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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